남양주군 별내면 화접리에 사는 사람들은 ‘남양주 먹골배’로 이름 붙여져 팔려나가는 배 과수원을 운영하고, 시설채소를 재배하며 산다. 비가 잦은 올해 여름에는 습기(濕氣)가 많아 배꽃의 자연수분(受粉)이 잘 이뤄지지 않아서 인공수분에 의지해야 하는 처지. 게다가 일조량(日照量)이 충분치 않아 배가 잘 익을 수 있을지 걱정이다.

요즘 화접리 사람들에게 고민이 하나 더 늘었다. 마을 앞 43번 국도를 사이에 두고 운영되고 있던 유지(油脂)공장이 레미콘 공장으로 업종을 변경하려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마을은 43번 국도와 서울외곽순환도로를 끼고 있어 ‘시간과의 싸움’이 필수적인 레미콘 공장이 들어서기에 수도권에서 손꼽히는 입지(立地)이기 때문이다.

지난 1990년부터 처음 생긴 레미콘 공장은 지난해 인근에 3개가 무더기로 추가됐다. 공장이 또 하나 생기면 화접리 사람들은 반경 1km 안에 5개의 레미콘 공장을 끼고 살아야 하는 형편이다. 하나씩 늘어가는 레미콘 공장을 보고 있던 주민들도 “이번에는 안 되겠다”며 팔을 걷었다.

남양주시에서 ‘공장설립에 대한 주민의견 수렴공고’가 나온 것은 지난 4월 말이다. 화접리 77의 6 일대 등 392평에 레미콘 공장을 짓겠다는 것. 화접리에 살고 있는 150명 주민은 하나같이 반대 서명을 했다. 현재 있는 공장 네 곳에서 날아오는 분진과 소음 뿐 아니라 과속(過速)과 신호위반을 일삼는 대형차량들로 인한 피해가 이미 상당하다는 이유에서다.

주민 안경배(安庚培·76)씨는 “공장으로 예정되어 있는 392평은 레미콘 공장으로 사용하기에는 너무 면적이 작아 주변농경지를 변칙적으로 사용하고, 주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로에 대형트럭이 늘어설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고 말했다.

3만㎡ 이하의 면적에 공장이 들어서는 경우, 환경·교통영향평가를 받지 않아도 된다. 인근에 있는 4개의 레미콘 공장도 3만㎡를 넘지 않기 때문에 환경에 대한 고려나 별다른 규제 없이 들어설 수 있었다. 새로 생길 공장이 인근에 있는 공장들과 마찬가지로 지하수(地下水) 등을 용수로 쓸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물부족 문제도 무시할 수 없고, 공장들이 한강으로 들어가는 용담천을 끼고 있어 오염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 주민들의 생각이다.

하지만 민원(民願)이 있다고 해서 공장 설립을 불허할 수는 없다는 것이 시의 입장. 시 관계자는 “공장 허가시 주민 여론을 수렴하는 제도는 민원발생 방지를 위해 시(市) 고시로 정해놓았을 뿐 법적 구속력은 없다”며 “공장 설립이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현재 사업주 측과 차량 진·출입로와 도로 점용 등 세부사항에 대한 협의가 진행되고 있는 단계”라고 말했다.

남양주시는 공장이 들어서 있는 별내면 화접·덕송리 일원 등 5.83㎢에 오는 2007년까지 광역도시계획을 마련하기로 했다. 주민들은 도시계획이 수립되었을 때 이 곳에 몰려 있는 레미콘 공장들이 이전(移轉)할 가능성이 높은데 공장을 하나 더 승인해 준다는 것은 계획성 없는 정책이라고 주장한다. 주민 한유광(韓裕光·61)씨는 “개발주체가 누가 되든간에 공장 이전에 막대한 비용을 써야 할 텐데, 왜 지금 시설투자를 감행하는 공장을 승인해 주려고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