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大法官 選定 節次에 관하여’

1. 罪責感과 責任感

대법관제청자문위원회의 기능과 대법원장의 대법관 후보자 선정에 관하여 법원 안팎으로 비판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법무부장관과 대한변협회장이 자문위원직을 사퇴하고, 부장판사가 사직서를 제출하고, 일부 법관들이 후보자 선정의 재고를 촉구하였습니다. 또다른 비판이 준비되고 있다고 합니다.

이러한 비판과 의견표시는 법원과 제도의 발전을 위하여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민주주의는 개성의 다양성과 다양한 의견을 존중하는 제도이고, 다양한 의견이 제출되어야 토론과정을 거쳐 올바른 결론을 도출할 수 있고 민주주의를 발전시킬 수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비판의견의 제시를 일부 언론이 "법관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평가하기도 하고, "사법파동의 조짐"이라고 진단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현상이 대법원의 인사실무자인 저를 당황하게 만들고 두려운 불안감과 참담한 죄책감을 느끼게 합니다.

법원의 제도나 대법원장의 판단에 대하여 비판의견이 있다고 하여 그것이 사법부 전체를 흔드는 빌미로 이용되어서는 안되기 때문입니다. 다른 한편, 대법관제청자문위원회의 기능과 운영에 관하여 오해되고 있는 부분도 있기 때문에 담당실무자로서 비판을 일으킨 원인의 진상을 밝혀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그래서 올바른 비판과 올바른 토론을 위하여 알릴 필요가 있다고 생각되는 부분을 솔직하게 알려 드리고자 합니다. 법원행정처에 소속된 자로서 지휘계통의 승인도 없이 이 글을 게시하였다고 하여 문책한다면 달게 받겠습니다.

그리고, 곤혹스러운 처지에 빠져 있는 법원장 3분께 사죄와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2. 大法官提請諮問委員會의 機能에 관하여

헌법은 사법부의 독립을 위하여 대법원장에게 대법관 제청권을 주었고, 대법관 제청권의 핵심은 대법관 후보자 선정권입니다. 이러한 헌법의 취지에 따라, 대법관 후보자의 선정은 대법원장이 하되, 제청하기 전에 그 후보자의 대법관 적격 여부를 자문위원회에서 심사하도록 설계한 것입니다.

대법원장이 대법관 후보자를 선정할 때에는 미리 대법관 선정에 관한 법원 내외의 의견을 광범위하게 수렴하도록 제도화하였고, 대법원장이 그러한 의견을 종합하여 대법관 후보자를 선정한 다음에, 그러한 후보자 선정이 적정한 것인지 여부에 대하여 자문위원회의 자문을 거쳐서 최종적인 제청대상자 1인을 선정하도록 한 것입니다.

3. 當然職 諮問委員에 관하여

자문위원회는 대법원장의 대법관 후보자 선정의 적정성을 심사하는 것이기 때문에, 자문의 공정성과 신뢰성을 높이기 위하여, 법관인사제도개선위원회의 건의내용에 따라서, 대법원장이 자문위원을 마음대로 고르지 못하게 하고, 각 법조직역의 대표자들을 당연직 자문위원으로 한 것입니다.

직전 대법원장은 대법관 선정의 적정 여부를 가장 잘 심사할 수 있는 법조원로라고 보아 위원장으로서 삼고초려되었고, 선임 대법관은 대법관들을 대표하고 법원행정처장은 법원 일반직을 포함한 법원 직원 전체를 대표한다는 의미에서 포함되었습니다.

당연직 자문위원제도를 마련하기 위해서는 당연직 자문위원으로 될 각 직역 대표자들의 사전 양해를 얻을 필요가 있어서, 내규 초안을 만든 상태에서, 법원행정처장이 각 직역의 대표자들을 일일이 찾아가서 내규안의 내용을 설명하고 사전 양해를 얻었습니다. 그 때에 자문위원회의 기능 및 자문위원의 역할에 대하여 충분히 설명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느라고 2003. 7. 28.에야 비로소 대법관제청자문위원회내규가 제정된 것입니다.

4. 諮問委員의 候補者 推薦權에 관하여

자문위원들에게 후보자 추천권을 주는 문제에 관해서도 충분한 논의를 거쳤습니다. 법관인사제도개선위원회에서도 논의하였고, 내규제정실무회의에서도 논의하였습니다.

자문위원들에게 후보자 추천권을 주면 대법원장의 대법관 후보자 선정권을 제약하게 되지만, 대법원장도 후보자를 선정하여 제시하고 자문위원회의 자문을 거친 다음 자문위원들이 추천한 후보를 포함시켜 최종적인 제청대상자를 선정하도록 한다면 대법원장의 후보자 선정권을 본질적으로 침해하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그러나, 자문위원회 회의를 하는 자리에서 후보자가 추천된다면 심사자료가 불충분할 우려가 있다고 생각하여, 자문위원도 다른 개인이나 단체와 마찬가지로 대법원장의 후보자 선정 이전의 단계, 즉 광범위한 의견수렴의 단계에서 후보자를 추천하도록 하고 심사자료를 조사하여 대법원장의 후보자 선정시 참작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결론지은 것입니다.

그래서, 그러한 내용으로 내규안이 마련되었고, 그 내용은 당연직 자문위원들로부터 사전 양해를 얻을 때에 이미 충분히 설명되었습니다. (그러한 내용이 일부 자문위원들에게는 불만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자문위원회 과정에서 자문위원이 대법관 후보자를 추천하는 경우에는 이를 막지 않고 자문의견으로 수렴하기로 내부운영방침을 정하였고, 실제로 그렇게 운영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자문위원회 과정에서 구체적으로 대법관 후보자를 추천한 자문위원은 없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5. 大法官 候補로 法院長만 選定한 점에 관하여

내규가 공포된 후에 몇 개 단체에서 대법관 후보자 선정에 관한 의견서를 제출하였습니다. 기본방침에 관한 의견도 있고, 구체적으로 후보자를 거명하여 추천한 것도 있습니다. 먼저 언론에 공개한 뒤에 접수시킨 것도 있습니다. 그러나, 법관들이나 자문위원이 제출한 의견은 없었습니다.

제출된 의견은 어떠한 것이든 가리지 않고 모두 대법원장께서 참작하셨습니다. 대법원에 재출되지 않았더라도 언론에 공표된 의견들도 참작하신 것으로 압니다. 대법관들의 의견도 들으셨습니다. 그 외에도 후보자를 잘 아는 사람들로부터 개별적으로 의견을 들으신 것으로 압니다.

그리고 나서, 법원장 3분을 대법관 후보자로 선정하셨습니다. 외부에서 추천된 후보자들 중에는 현재의 대법관으로 적합한 후보는 없는 것으로 판단하신 것 같습니다. 대법관은 최종심의 재판관이기 때문에 2심 재판관보다는 재판경력과 재판능력이 우월하여야 대법원의 최종판결의 설득력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을 중시하신 것 같습니다.

일부에서는 외부에서 추천된 후보자들을 전혀 고려하지도 않았다고 억지부리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대법원장께서는 후보자 선정과정에서 외부에서 추천된 후보자를 한 사람이라도 포함시켜야 하지 않느냐에 관하여 매우 고심하신 것으로 압니다. 심지어는 저의 의견까지 물으셨고, 저는 대법관 적격자로서 제청하실 의사가 있는 사람만 후보자로 선정하여 자문을 구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답변드렸습니다. 대법원장께서는 여러 의견을 들으신 후에 고심 끝에 헌법과 자문위원회내규가 정하고 있는 취지 그대로 실행하신 것입니다.

6. 民主主義의 發展을 위하여

일간의 사태는 대법원의 기능과 대법관의 적격에 관한 견해 차이가 표출되어 대립하는 현상이라고 생각합니다. 대법원의 기능이 바뀌기 전에는 대법관의 재판경력과 재판능력을 중시하여야 한다는 견해와 대법원의 기능이 바뀌기 전이라도 사회의 변화 요구에 따라 대법관 선정기준을 바꾸어야 한다는 견해가 충돌하는 모습을 보이려고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민주사회에서 견해의 대립은 토론과정을 통하여 조정되고 해결되어야 하는 것이지, 실력행사로 해결하려 하여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일방의 견해를 관철시키기 위하여, 스스로 사직서를 제출하거나 상대방의 퇴진을 주장하는 것은 의견표시방법의 한계를 벗어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자기 의견에 대한 동조자를 모집하는 것은 좋지만, 반대의견의 지지자를 파악하지도 아니한 상태에서, 토론과정과 결론과정을 거치지 아니한 상태에서, 집단적인 의사표시의 방법으로 자기 의견을 당장 채택하여 실현시키라고 요구하는 것은 민주적인 방법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대법관 후보자의 선정을 재고하기 위해서는, ①우리 대법원의 현재 기능에 비추어 대법관의 재판능력을 중시하는 것이 잘못인가? ②국민들의 3심 재판 요구를 억누르고 우리 대법원의 기능을 바꾸는 것이 바람직한가? ③이미 후보자가 선정되고 그 성명까지 공표된 단계에서 후보자 선정 기준이 구태의연하다고 하여 후보자를 다시 선정하는 것이 바람직한가? ④지금 대법관 후보자로 선정된 분들이 대법관 적격이 없는가? ⑤과연 전체 법관들 중 대다수가 대법관 후보자를 다시 선정하기를 원하는가? 등에 관하여 모두 긍정적인 결론이 나와야 비로소 검토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의견이 나뉘는 문제에 관하여 자기의 의견을 표시하는 방법으로 사표를 제출하거나 동조자를 모아 집단적으로 최후 통고식 의견을 표시하는 것은 의견표시방법으로서 적절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실력행사로 비춰질 수도 있기 때문에 삼가야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법치질서의 유지를 책무로 하는 법원에서는 더욱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부적절한 방법의 시정을 권고하고 싶습니다.

대법관 후보자 선정에 관한 논란에 관하여 법원의 모든 구성원들이 이성적으로 처신하여 주실 것을 간곡히 기원합니다.

2003. 8. 17. 조대현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