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서울 금천구 시흥동 은행공원에서는 ‘엄마들의 힘’을 여실히 느끼게 하는 이색 행사가 열렸다. 재건축으로 사라질 위기에 처한 은행나무 어린이도서관 살리기 행사. 지난해 9월 주머니돈들을 털어 아이들이 마음껏 책 읽고 놀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던 ‘금천 동화읽는 어른들의 모임’ 회원들은, 지난 6월 건물주로부터 ‘재건축으로 인한 이전’이라는 청천벽력 같은 통고를 받고 도서관 살리기 운동에 나섰다.
“18평밖엔 안 되지만 설계부터 인테리어, 책 수집까지 모두 엄마들이 해내서 칭찬받았거든요. 시장 가다가, 혹은 저녁 산책 나왔다가 아이들 손잡고 들어와 책 한권씩 빌려가는 풍토가 우리 동네에도 자리잡아가고 있었는데, 1년도 못돼 이런 일이 터져서 무척 난감합니다.” (조희순 관장)
그렇다고 손놓고 앉아있을 수만은 없었다. 여름휴가도 반납한 일부 회원들은 구의원·시의원·동장까지 찾아다니며 도서관으로 쓸 수 있는 새 공간을 알아보는 중이고, 나머지 회원들은 필요한 비용을 확보하기 위해 발로 뛰는 중이다. 13일 행사는 지역사회와 문화계에 어린이도서관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마련했다. 어머니들은 시흥동의 상징인 은행공원에서 아끼던 물건, 직접 만든 도서관 가방, 책들을 전시 판매하고 도서관 안에서는 1000마리 희망 학접기, 아이들을 위한 페이스 페인팅 행사를 진행했다.
물론 캠페인은 이번 한번으로 끝나지 않는다. 엄마들은 “도서관 문화가 황무지 같은 우리나라에서 엄마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도서관이 이렇게 허무하게 무너질 수는 없다”며 “끝까지 해봐야지요”라고 다짐했다. 이날 행사에 참여한 회원들과 주민 200여 명은 소망했다. 5월 어린이날이면 인형극을 공연하고, 8월에는 여름방학 독서교실을 열고, 10월에는 책 잔치를 할 수 있는 어린이도서관이 더 많은 시민들의 손길로 다시 살아날 수 있게 되기를. (02)892-7894
(문인미·서울 개봉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