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부 염강수기자

8·15 행사에 대한 보수·진보 진영의 논전이 인터넷상에서는 17일에도 계속되고 있다. 그날의 두
행사는 그만큼 상반되고 대립적이었다.

시청앞 광장에서는 '건국 55주년 반핵반김(정일) 8·15 국민대회', 종로쪽에서는 '반전평화 8·
15통일대행진'. 참석자들의 외양만 봐도 금방 대회의 성격을 알 수 있었다. 한쪽이 나이가 지긋
한 중년층 위주였다면 다른 한쪽은 학생과 30대들이 주류를 이뤘다.

서울 시청앞에서는 1만여명의 참석자들이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며 환호성을 지르는 가운데 거
대한 북한 인공기가 찢겨져 불태워졌다. 짙고 매캐한 연기가 한참 동안 가라앉지 않았다. 단상
에 오른 연사들은 저마다 "나라가 이렇게 무책임한 사람의 손에 맡겨져서는 안 된다"며 "어려
운 시절 우리를 지켜준 미국에 대한 의리를 결코 저버려서는 안 되며 안보를 등한시해서는 안 된
다"고 사자후를 토해냈다.

반면 종각 사거리에서는 춤과 율동이 진행됐다. 참석자들 중에는 술과 음식을 나누며 마치 휴일
한때를 즐기는 것 같았다. 한총련 구속 학생들을 위한 즉석 모금 행사도 성황리에 이뤄졌다. 한
연사는 "한총련이 미군 스트라이크 부대에서 한 시위행위는 전세계에서 찾아볼 수 없는 최고의
'저비용 고효율 데모'"라고 주장해 우레 같은 박수를 받았다.

이 두 상반된 행사가 열린 장소는 걸어서 10분이면 되는 거리였다. 그래서 기자는 왔다갔다 하면
서 구경할 수 있었다. 그러다가 우연히 이런 꿈을 꿔봤다.

시청앞에 모인 인파들이 종각 사거리로 합류해 "젊음은 역시 좋은 것이야"라며 한바탕 율동에
맞춰 춤을 춘다면. 종각에 모인 젊은 친구들이 시청 광장으로 달려가 '어른'들과 함께 "여기
계신 어르신네가 나라 걱정하는 바 잘 알고 있습니다"라고 함께 태극기를 흔드는 광경이 펼쳐진
다면….

그러나 앞에 보이는 현실은 8·15 직후의 이념 대립보다 더 갈라져있다. 광복절은 우리에게 광복의 의미쪽인가, 분단의 의미쪽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