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문희상 대통령 비서실장 공관에 노무현(盧武鉉) 대통령과 권양숙(權良淑) 여사가 갑자기 나타났다. 문 실장이 청와대 수석·보좌관들을 초청한 저녁식사 자리였다. 노 대통령 부부는 대통령 관저에서 걸어서 공관과 청와대를 잇는 '쪽문'을 통해 왔다고 한다.
이 자리에서 서울 외곽순환도로 사패산 터널 문제가 화제에 오르자, 한 수석비서관이 "터널을 뚫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이에 권 여사는 노 대통령을 바라보며 "거봐요, 내 말이 맞잖아요"라고 말했고, 노 대통령은 "당신은 가만 있어"라고 대응했다고 한다. 이 대화 대용을 전하면서 한 참석자는 "적어도 이 문제에 관한 한 권 여사가 수차 노 대통령에게 자신의 의견을 말해왔구나 하는 느낌을 받았다"고 전했다.
노 대통령은 밤 외출이 여의치 않아, 밤 시간 대부분을 권 여사와 관저에서 보낸다. 지인들과 갖는 비공식 ‘관저만찬’엔 권 여사가 대부분 동석하고, 대통령 내외의 1대1 접촉 시간이 청와대에 들어오기 이전보다 크게 늘었다고 한다. 자연 함께 TV를 보며 국정 현안을 화제 삼는 경우도 있다.
권 여사가 사패산 터널 문제에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한 건 독실한 불교신자이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사패산 터널은 불교계와 환경단체가 앞장서 반대하고 있는 사안이고, 권 여사는 어려서부터 절에 다녔다. 주로 찾는 절은 김해 봉화산 내 정토원. 서울에서도 1년에 서너 차례 내려갔고, 후보단일화가 결론나던 작년 11월 24일엔 항공편으로 급히 내려가 1시간 불공 드리고 상경, 집에서 TV로 단일화 발표를 지켜봤다. 청와대에 들어간 후에도 한달에 두 번, 손윗 동서(건평씨 부인)를 통해 공양하며, 올 초파일에도 대통령 부부의 연등이 정토원에 걸렸다. 7월 초엔 건평씨 부부와 관저에서 식사를 했다. 권 여사는 평소 “부처님이 우리 부부를 많이 도와주신다”고 말한다.
권 여사는 또 남편에게 ‘할 말은 하고 사는’ 스타일이라고 한다. 부부를 어릴 때부터 지켜본 봉화산 정토원 선진규 원장은 “권 여사는 노 대통령에게 쓴 소리를 마다 않을 사람”이라고 했다. 매일 스크랩할 정도로 신문을 열심히 읽는 권 여사는 실제로 “스스로 권위를 실추시키는 말은 삼가야 한다”고 노 대통령에게 충고한 적도 있다고 한다.
권 여사는 작년 3월 22일 숙명여대 ‘최고여성지도자 아카데미’ 10주 과정에 등록했다. 3월16일 광주경선 승리 엿새 뒤였다. 30여년 주부였던 권 여사가 ‘여성지도자의 리더십’ ‘여성지도자와 국제매너’를 가르치는 이 과정에 등록한 건 물론 오늘날의 퍼스트레이디를 대비한 때문일 것이다. 권 여사를 보좌하는 청와대 제2부속실장을 이 대학 출신의 김경윤씨가 맡은 것도 이 인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권 여사는 지난 6개월여 동안 공식행사를 많이 갖지는 않았다. 정상회담 동반 외에 국내에서 참석한 공식행사는 20건 안팎에 불과하다. 행사 참석이 많았던 김대중 전 대통령 부인 이희호 여사에 비해 조용히 지내는 편이다. 특히 여성운동가 출신인 이 여사와는 달리, 권 여사는 여성계에 아는 사람이 많지 않은 편이다. 그래선지 여성계와 청와대를 이을 통로가 없다는 여성계의 볼멘소리도 나온다. 권 여사를 지원하는 제2부속실은 아동·복지·교육 분야에서 권 여사가 할 일들을 검토 중이며, 하반기부터 권 여사의 대외 활동이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권 여사는 주말엔 격주로 찾아오는 아들과 딸 부부와 함께 보낸다. 아들 건호씨는 예전처럼 LG전자에 다니고 있으며, 부인이 임신 4개월째여서 권 여사가 주치의를 통해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고 한다. 딸 정연씨는 직장인 모대사관에 최근 사표를 제출, 22일부터 출근하지 않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골프를 즐기는 권 여사는 노 대통령이 취임 후 청와대 보좌관 등과 골프를 할 때 두 번 동반했다. 지난 여름휴가 때도 골프할 수 있는 곳으로 가자는 것이 노 대통령 부부의 주문이었다고 전해지며, 권 여사는 노 대통령·주치의·경호실장 등과 함께 두어 번 라운딩을 가졌다.
머리 손질은 10년 이상된 단골 미용실원장이 한다. 양장은 서울 강남에서 활동 중인 디자이너 김모·오모씨 등 3명이 맡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