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과 벽안
(1~18)=전년도 4강 멤버인 원성진(18)의 등장이다. 원 五단은 그 당시 역대 LG배 사상 최연소 4강 기록도 함께 세웠었다. 하늘을 찌를 것 같은 그 기세를 가로막고 나섰던 기사는 이창호 九단. 준결승서 패한 17세 소년은 못내 아쉬운 듯, ‘하늘 같은’ 이 九단을 붙잡고 1시간 넘게 복기(復棋)를 거듭하던 모습이 선하다.
미국 대표 마이클 레드먼드(40)의 표정에 긴장의 빛이 역력하다. 원성진은 소문난 신중파. 그래서 바둑은 초반부터 황소 걸음이다. 백 4로 먼저 걸쳐간 점에서 레드먼드의 투지가 엿보인다. 백 8의 삼삼도 의욕적인 착점. 이 수로는 물론 9의 곳에 이어 참고 1도 처럼 차분하게 끌어가는 것도 일책이다.
당연한 9의 절단에 10은 어땠을까. 보통은 ‘가’의 곳 갈라치기가 상식이다. ‘돌을 잘 안버리려는’ 그의 기질은 이 후에도 여러 곳에서 등장한다. 물론 12까지도 정석이지만 13이 너무도 빛나는 요소. 17로 걸쳤을 때 18로 참고 2도면 흑은 8로 전국의 중심점을 차지할 것이다. 여기까지 벌써 50분이 훌쩍 흘렀다. 다음 흑의 선택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