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도 살해와 실종, 사기사건 등으로 물의를 빚어온 모 종교단체가 ‘배신과 배교(背敎)행위’를 이유로 신도들을 살해한 뒤 암매장한 범죄가 햇빛 아래 드러나기까지는 십여 년의 세월이 지나야 했다.
◆ 교주(敎主)가 살인 교사
14일 구속영장이 청구된 이 종교단체의 ‘승사’(지부장격 간부) 김모(66)씨 등 2명은 “지난 1984~92년 사이 교단이나 교주의 비리를 문제삼거나 배교행위를 한 신도 중 9명을 교주 조모(72)씨의 지시로 살해했다”고 자백했다. 그러나 이날 긴급 체포된 교주 조씨는 검찰에서 이를 강력히 부인했다.
김씨는 검찰에서 “이 중 90년 8월 지모(당시 35세)씨, 92년 2월 다른 한 사람 등 두 명을 모처에서 살해한 뒤 들통에 넣어 인적이 드문 밤 시간에 경기도 안성시 금광면 금광저수지 주변 야산에 암매장했다”며 “살해된 나머지 7명은 전국 여러 곳에 나눠 묻었다”고 진술했다. 검찰은 김씨가 9명의 살인사건 전부에 연루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검찰은 “이 종교단체의 내부에서 알력을 빚고 있던 한 신도가 ‘교리를 따르지 않는다는 이유로 지씨 등을 목 조르거나 구타해 죽였다’고 제보해 와 수사에 착수했다”고 말했다.
◆ 시신 발굴
검찰은 14일 오후 4시쯤 김씨가 지목한 안성시 금광면 현곡리 산17-3 금광저수지 곁 야산에서 지씨로 추정되는 유골 1구를 수습했으나 나머지 1명의 시신은 찾지 못해 15일 오전 7시 발굴을 재개키로 했다.
발굴 당시 지씨로 추정되는 시신은 1.5m 정도 깊이에 묻혀 있었으며, 뼈 등에 손상이 매우 심했으나 두개골에 골절 흔적과 아래턱 뼈에서 금니 3개가 확인됐다고 검찰은 전했다. 현장에는 국립과학수사연구소·경기경찰청 등의 감식반원 8명이 검찰과 함께 암매장자의 신원 확인을 위한 사체 감식을 벌이고 있다.
◆ 살해 추정된 지씨의 ‘악연(惡緣)’
검찰은 “지씨는 지난 95년 용인에서 유골이 발굴됐던 소모(84년 실종 당시 23세·대학생)씨 사건의 주범으로 지목됐었다”고 밝혔다. 검찰은 또 “당시 지씨의 공범 4명은 95년 살인 혐의로 구속돼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았으나 지씨는 찾지 못했다”며 “당시 살인 동기도 ‘교리에 회의를 느껴 배교행위를 했다’는 것이었다”고 밝혔다. 한편 이 종교단체 신문편집장이었던 전모(92년 2월 실종 당시 51세)씨의 부인 박모(58·대전 중구 선화동)씨가 발굴현장에 나타났다. 박씨는 “이곳에 암매장된 것으로 추정되는 다른 1구의 시신이 남편일 것”이라며 “그는 목숨을 바쳐 교단 비리를 파헤치겠다며 조사를 벌이다 교단 측의 전화를 받고 나간 뒤 실종됐다”고 말했다.
◆ 이 종교단체는
교주 조씨가 “내가 불교의 ‘미륵불’, 기독교의 ‘메시아’, 토속신앙의 ‘정도령’이며 예언서에 기록된 ‘고통 없이 영원히 사는 법’을 전파하겠다”며 ‘영생 불사’의 교리를 내세우며 1981년에 만든 신흥 종교. 같은 해 8월 경기도 모 도시에 교단 본부를 세우며 한때 신도수가 수만명에 이르렀으나 내부 비리와 분파가 끊이지 않았고, 93년 조씨가 사기사건에 연루된 뒤 실형을 살면서 교세가 기울었으나 여전히 대구·부산 등 주요 대도시에 지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