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참모들이 개인 명의로 언론사를 상대로 소송을 진행하는 데 필요한 비용을 국고(國庫)에서 충당하겠다는 입장이어서, 공무원들의 소송 남발과 혈세(血稅) 낭비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문재인 민정수석, 박범계·양인석 비서관 등 3명은 지난 11일 4개 언론사에 대해 모두 7억원의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노무현 대통령과 문희상 비서실장은 자신들이 낸 언론 상대 소송 비용은 개인 돈으로 부담하겠다고 했지만, 문 수석 등은 청와대 예산에서 수백~수천만원이 드는 소송 비용을 충당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문 수석 등이 낸 소송은 업무 관련성이 있기 때문에 소송 비용을 청와대 예산으로 쓸 수 있다”며 “그러나 어떤 예산으로 사용하는지는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승소했을 때의 배상금도 개인 주머니가 아니라 청와대로 들어간다는 설명이다. 반면, 소송 당사자들은 “소송비용의 출처를 잘 모른다” “고민 중이다”라고 밝혀, 청와대가 아직 정확한 입장을 정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노 대통령은 최근 국정토론회에서 “매우 불공정하고 편파적인 기사는 민사소송을 할 수 있으며, 이를 위한 전문기관과 예산이 있어야 한다”고 언급했다.

청와대 참모들이 예산 등의 부담에도 불구하고 정부 이름이 아닌 개인 명의로 소송을 낸 것은 청와대가 원고가 될 수 없고, 피해 당사자가 소송을 제기해야 승소율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정부가 민간인을 상대로 소송을 내면 원고는 법무부장관이 되고, 이 경우 원고가 직접 피해를 입었다는 증명이 어렵다.

그러나 공무원 개인의 소송 비용을 세금으로 충당하게 되면 패소에 따른 개인의 금전적 부담이 없어 공무원들의 소송 남발이 우려된다. 또 패소할 경우 피고측 소송비용까지 원고가 부담, 결국 국가가 패소에 따른 비용을 부담해야 하므로 세금 낭비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이런 우려와 관련해 대언론 소송 문제에 관여하는 청와대의 한 실무 책임자는 “우리는 명백한 오보에 대해서만 소송을 내기 때문에 패소에 따른 세금 낭비 등은 걱정하지 말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명예훼손 여부에 대한 최종 판단은 법원이 한다는 점에서 청와대의 ‘자의적 판단’에 따른 혈세 낭비 논란은 계속될 수밖에 없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