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에서 공연중인 뮤지컬 ‘캣츠’의 한 장면.

좋은 작품은 시공(時空)을 초월하는 보편성을 지닌다. 그중에도 뮤지컬은 대중예술이라는 장르적 속성 때문에 보편성을 담아내되 너무 심각하지 않게 표현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뮤지컬 ‘라이언 킹’은 대자연의 순환이라는 커다란 주제를 만화적 상상력과 화려한 스펙터클로 표현했고, ‘레미제라블’은 사회 정의와 종교적 선함의 주제를 탄탄한 이야기 구조와 무대를 가득 메우는 바리케이드의 스펙터클로 나타냈다. 흥미로운 이야기와 스펙터클을 즐기다 보면 어느새 커다란 주제가 다가온다. 보편성은 노래와 춤의 힘으로 더욱 증폭되어 가슴속에 더욱 진한 감동으로 남게 된다.

경희대 수원캠퍼스에서 공연 중인 뮤지컬 ‘캣츠’(16일까지)는 삶의 재생(再生)이라는 원초적 주제를 고양이의 축제를 통해 표현한 경우다. 하지만 똑같이 보편적 주제를 다루면서도 ‘캣츠’는 위의 작품들과 성격이 많이 달라 흥미롭다. 보편적 주제를 표현하기 위해 흥미로운 이야깃거리나 볼거리들을 풀어낸다기보다는 흥미로운 노래와 춤, 볼거리들을 위해 보편적 주제를 끌어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캣츠’의 진정한 재미는 스토리나 주제의 감동이 아니라 수십 마리의 고양이들이 선사하는 흥미로운 노래와 춤에 있다. 라스베이거스 쇼와 ‘캣츠’는 동격(同格)이다. ‘캣츠’가 라스베이거스의 초호화 쇼와 다른 점은 늘씬한 여자 주인공 대신에 암코양이 분장을 한 배우들이 나온다는 점뿐이다.

특히 지금 국내에서 공연 중인 ‘캣츠’팀은 어떤 팀보다도 화려함과 정교함을 잘 살리고 있다. 돌출된 중앙 무대와 객석으로 시원하게 뻗어 있는 입체구조 덕분에 고양이들의 춤과 노래는 더욱 화려하게 부각된다. 이제까지 브로드웨이나 런던에서도 볼 수 없었던 존 네피어의 오리지널 무대장치를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늙은 거스 고양이와 다른 고양이들이 선사하는 화려한 극중극은 최근 추가된 장면인데, 주인공 그리자벨라가 천상으로 올라가는 하이라이트 장면보다 훨씬 더 흥미롭다. 길버트와 설리번의 아름다운 오페레타 장면을 연상케 하는 이 장면은 자칫 고양이들의 공허한 향연이 될 수 있을 이 작품에 섬세함을 부여해준다.

(김학민·뮤지컬 연출가·경희대 연극영화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