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의 모델 에이전시 ‘위민’의 스카우트 담당자 로먼 영씨가 한국 모델들에게 둘러싸여 있다. 영씨는 ‘분위기 변신에 능하고 의사소통 능력이 뛰어난 모델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a href=mailto:yhhan@chosun.com>/한영희기자<

매년 봄·가을 파리와 밀라노, 뉴욕에서 열리는 패션쇼는 세계의 패션 모델들에게 꿈의 무대다.

뉴욕의 유명 모델 에이전시 관계자가 뉴욕 컬렉션 무대에 진출할 한국 모델을 선발하기 위해 서울에 왔다. 뉴욕의 손꼽히는 모델 업체 중 하나인 ‘위민’의 스카우트 담당자 로먼 영(28)씨는 10~11일 이틀간 CI엔터테인먼트 소속 한국 모델 30여명을 만났다. 위민측은 일단 한국 모델 한 명을 9월 초 개막하는 뉴욕 컬렉션에 세운다는 목표다. 오디션을 마친 영씨는 “유력 후보를 2~3명 정도로 압축했다”며 “면접 후에 최종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와이 출신인 영씨의 ‘모델 스카우트’ 경력은 6년. ‘신인 모델 평균 연령 15~20세’, ‘평균 모델 활동기간 5년’, 또 젊음과 신선함이 거의 ‘신성시’되는 패션 모델계에서는 고참이다. 그의 업무는 탁월한 눈썰미로 오디션 현장에서건, 거리·공항·카페에서건 될성부른 모델을 떡잎부터 알아보는 일이다. 다음은 영씨와의 일문 일답.

―해외 컬렉션 진출이 왜 중요한가?

“컬렉션이 열리면 패션 잡지 에디터, 바이어 등 패션 업계 유력 인사들이 객석 앞자리에 포진한다. 또 단기간에 언론의 관심이 집중된다. 톰 포드 등 유명 디자이너의 쇼에 새 얼굴이 등장하면 ‘저 친구는 누구냐’며 난리가 난다.”

―컬렉션 무대에 등장할 모델은 어떻게 결정되나?

“컬렉션에 등장하는 기회는 대부분 톱 모델 차지다. 컬렉션을 앞두고 대개 캐스팅 담당 업체가 모델 에이전시에게 ‘이번 시즌은 이런저런 분위기로 가고 싶다’고 요청해 온다. 그러면 모델 업체는 적당하다고 생각하는 모델들을 내보내 오디션을 보게 한다. 성장이 덜 된 듯 깡마른 모델, 남미 출신의 글래머, 동유럽과 러시아 모델에 이어 요즘은 고전적 서양 미인이 각광받는 추세인 것 같다. 모델 업체는 투자회사와도 같다. 우리는 모델을 발굴해 뉴욕으로 데려온다. 모델은 모두 마이너스에서부터 시작한다. 우리가 숙박을 제공하고 교육시킨다. 메이크업아티스트·헤어드레서·사진작가 등 전문가들을 동원해 숨은 매력을 끌어낸다. 이때 수만달러가 들어간다. 그러나 일단 모델이 뜨면 사흘 만에 투자 비용을 회수하기도 한다. 물론 끝까지 수익을 내지 못하고 퇴출당하기도 한다. 그런 사례가 빈번해지면 나 같은 스카우트 담당자는 물론 해고다.”

-수퍼 모델의 조건은?

“계산해 보면 내가 만나는 1000명 중 한 명만이 가능성이 있는 것 같다. 얼마 전 크로아티아에서 모델 수백명을 만났지만 한 명도 건지지 못했다. 반면 한국에서는 이틀간 30여명을 만났는데 확실한 후보가 몇 명 있었다. 키는 175㎝ 이상이면 된다. 몸매와 얼굴은 물론 기본이다. 그런데 성격이 진짜 중요하다. 빈말이 아니다. 모델 일은 힘들다. 촬영에, 쇼에, 하루 20시간씩 일하기도 한다. 또 늘 카메라 세례에 노출돼 있다. 누군가 끊임없이 당신의 얼굴과 머리에 손을 대고 신발과 의상을 신겼다 벗긴다고 생각해 보라. 패션 작업은 팀워크다. 그러나 늘 관심은 모델에게 집중된다. 때문에 모델은 분위기를 띄울 줄 알아야 하고 겸손하고 활발해야 한다. 동양 모델들은 영어를 배우려 하지 않는다는 오해도 받는다. ‘영어 못 하는 모델과 고생하느니 영어 하는 러시아나 남미 모델을 쓰겠다’는 분위기다. 몇 년 전 일본 출신 모델이 세계적인 수퍼 모델 반열에 거의 올랐다. 그러나 서구 문화에 적응하기 힘들었는지 일본으로 돌아가 버렸다.

-한국 모델의 경쟁력은?

“일본은 경제력 덕분에 별 노력 없이도 수월하게 국제 무대에 자국 모델을 내보내는 편이다. 반면 한국과 중국은 굉장히 적극적으로 모델 마케팅을 한다. 특히 중국의 애나 왕이라는 모델이 부상 중이다. 그러나 서구 패션계에 아시아 모델이 늘고 있는 추세라고 할 순 없다. ‘동양 모델은 상체가 길고 다리가 짧다’는 고정관념이 있고 인종차별도 있다. 사실 중요한 것은 모델이 창출하는 구매력이다. 업계에서는 ‘저 얼굴을 보고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지갑을 열 것인가’가 관심사다. 모든 사람들이 좋아하는 얼굴이면서도 묘하게 허를 찌르는 마스크여야 한다. 브라질 출신 수퍼모델 지젤은 처음에 ‘코가 너무 크다’는 소리를, 백인과 동양인 사이 혼혈인 데본 아오키는 ‘이상해도 너무 이상하게 생겼다’는 소리를 들었다. 그러나 이들은 점차 미의 기준을 바꿔놓고 있지 않은가. 한국 모델도 가능성이 있다. 우리는 특히 분위기 변신에 능수능란한 한국 모델을 찾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