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과장인 윤현(36)씨와 대학에서 박사 과정을 밟고 있는 황지영(34)씨 부부. 8개월 동안 대기자로 기다린 덕분에 딸 희연(4)이를 구청이 운영하는 월 13만원짜리 어린이집에 보내게 됐다. 주 1회 지도교사가 방문하는 도형놀이 교재를 산 것 외에는 일체의 사교육도 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희연이에게 들어가는 돈은 매달 100만원에 달한다. 어린이집 일정이 끝나는 오후 3시 반에 희연이를 데려와, 황씨가 학교에서 돌아오는 오후 7시까지 돌봐주는 보모 비용이 월 40만~50만원. 또 도형놀이 구입비와 지도교사 방문비용 등이 월 15만원, 간식·옷·장난감 등 잡비가 20만원이다.
‘육아비 부담’은 젊은 부부들이 출산을 기피하는 주된 이유 중 하나다. 2003년 현재 우리나라 가정에서 자녀 1명을 낳아 성인이 될 때까지 키우는 비용은 월 평균 82만5000원(보건사회연구원). 맞벌이 부부의 경우 이 비용은 훨씬 늘어난다. 종일 아이를 맡아 돌봐줄 탁아시설이나 보모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엄마 황씨는 “결혼 초기에는 아이를 둘 낳을 계획이었지만 예산을 세웠다가 포기했다”고 했다. 하나를 더 낳을 경우 월 150만원이 추가로 들어가기 때문이다. 황씨가 학교에 있는 동안 종일 갓난아기를 돌봐줄 보모 월급이 100만~120만원, 매달 분유값 10만원 정도와 기저귀값 6만~10만원, 예방접종비 2만~3만원 등등. 최소 필요한 것만 더해도 금세 150만원이 된다.
황씨는 “주변에 아이 둘 있는 맞벌이집을 보면 정말 육아비에 200만~250만원을 쓰고 있다”고 했다. “우리와 소득 수준이 비슷한 다른 부부들 중에 우리는 그래도 운이 좋은 편이에요. 만약 공립 보육시설을 이용 못했더라면 육아비 감당을 어떻게 했을지 끔찍해요.”
프랑스, 일본 등 선진국은 모든 가정을 소득에 따라 여러 계층으로 나눈 뒤 그에 맞게 보육시설 이용료를 지원한다. 또 부모 소득에 상관없이 출산장려금과 아동수당도 준다. 그렇지만 우리나라에서 정부의 육아비(보육시설 이용료 등)를 지원받을 수 있는 가정은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의 보호를 받는 법정저소득층과 소득수준이 낮은 결손 가정 등 소수에 제한돼 있다.
여성부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아동의 보육시설 이용료 중 보호자 부담률은 74.6%였으며, 정부가 부담한 것은 25.4%에 그쳤다. 스웨덴(17%), 일본(46.6%), 미국(59%) 등과 비교하면 최고 4배 무겁다. 그나마 우리나라에서 보육시설을 이용하는 아동은 전체의 20%에도 미치지 못한다. 나머지 부모들은 육아비를 고스란히 떠맡고 있는 셈이다.
(특별취재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