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류가미씨는 “환상과 신화를 넘나드는 주인공들의 내면 애행을 통해 독자들도 자신의 젊은 시절을 되돌아볼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a href=mailto:choish@chosun.com>/최순호기자 <

(거미 여인의 집/류가미 장편소설/이룸/8500원)

어린 소년이 어른으로 성장하는 과정은 세상의 부조리와 억압을 뚫고 나오는 고통의 몸부림이다. 얼룩진 청춘 시절을 견뎌내는 과정은 때로는 거센 에너지를 발산하는가 하면, 때로는 환상과 탈주라는 모티브로 전개되기도 한다.

1999년 장편 ‘라디오’에서 현실과 환상이 교차하는 환상적인 묘사로 성장소설의 새로운 형식을 보여준 류가미(35)는 이번 작품에서도 신화적인 상상력과 동화적인 배경으로 독특한 성장소설 세계를 구축하고 있다.

소설은 어머니의 자살·학대·무관심 등으로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은 유리와 클락이 ‘나’라는 자아의 본질을 찾아 여행을 떠나는 과정을 그렸다. 이 여행은 현실과 환상, 세속과 신화가 맞부닥치는 접경지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으며 날아다니는 고래, 달나라 사람들, 과거와 미래를 자유자재로 여행하는 인물 등 마치 팬터지 소설에 나올 법한 인물이 등장한다. 이들 주인공은 다름아닌 주인공의 내면세계를 대변하고 있다.

대학(연세대)에서 심리학을 전공한 작가는 명함에 ‘이야기를 짜는 마녀’라는 문구를 새겨 넣었다. 그녀는 환상이 예술에 끼친 내용을 이론서로 준비 중이다.

소설은 삼중(三重) 액자구조를 갖고 있다. 첫째는 화염병과 최루탄이 난무하는 80년대 대학을 다닌 ‘내’가 자기 존엄을 위해 싸워야 한다고 믿으면서도 희생과 투쟁만을 강요하는 현실에 회의를 느낀다. 사랑도 정신적 허기를 메워줄 수 없었다. 막다른 절벽 앞에 이른 ‘나’는 새로운 인물의 운명을 엮기 위해 소설을 쓰기 시작한다.

두 번째 구조는 ‘내’가 쓴 소설의 주인공인 유리와 클락의 이야기다. 비뚤어진 모성에 갖혀 유년의 상처를 안게 된 이들은 환상여행을 떠난다. 어머니의 자살로 정신분열 증세을 보인 유리는 자발적인 성장을 저지당한 채 하늘을 나는 흰 고래와 숲을 다스리는 마녀를 찾아 이상한 나라로 들어간다. 작가는 “시간과 공간을 넘나드는 환상여행은 이들의 상처입은 내면세계를 어루만져주는 정신치료 과정”이라고 말했다.

세 번째 구조는 ‘나’의 피조물이었던 유리가 오리혀 ‘나’의 고통을 달래주기 위해 외로운 여자에 대한 이야기를 쓴다. 결국 소설을 쓰는 작가와 소설 속 등장인물이 서로의 삶에 개입하며, 소설은 뫼비우스띠처럼 처음과 끝이 연결된다.

작가는 여러 등장인물의 삶을 창조하는 하나의 창조주, 즉 ‘거미 여인’이라는 장치를 마련했다. 시간과 운명을 창조하는 거미 여인은 ‘일곱 개의 산을 넘고 일곱 개의 강을 건너, 구름도 멈추어 서고 바다들도 숨을 죽이는 세계의 끝에 작은 집’에서 자신의 피조물에 대한 이야기를 써내려가자 그것은 그대로 그들의 운명이 되는 것이다.

작가는 “혼돈과 좌절로 점철된 젊은 시절, ‘이 세상을 짓고 내 인생을 만드는 이는 누구일까’라는 화두를 신화와 환상이라는 내면 여행을 통해 풀어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