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1학기 수시모집 합격생들에 대한 파행교육이 거듭되고 있다. 고교에선 수업 분위기 저해 등을 이유로 학생들을 밀어내고 있고, 대학들도 여력이 없다며 손을 놓고 있다. 결국 학생들은 별다른 대안을 찾지 못해 영어학원 등 사교육에 의존하고 있다. 2002학년도부터 실시된 1학기 수시전형은 올해의 경우 전국 92개 대학에서 전체 정원의 5% 수준인 2만705명을 모집했다.

최모(18·서울 S고)군은 지난달 말 S대 1학기 수시모집에 합격했다. 이 소식을 접한 3학년 부장교사는 “여름방학 보충수업엔 나오지 말라”고 일러줬다. 다른 학생들 입시준비에 방해가 된다는 이유였다. 부장교사는 2학기 동안 시험은 치러야 하지만 수업은 나올 필요 없다고 했다. 단, 2학기 수시 준비생들에게 입시정보를 제공해 달라는 부탁은 잊지 않았다. 최군은 “학교 나오기도 그렇고, 대학 프로그램도 마땅치 않아 학원을 알아보고 있다”고 했다.

H대에 합격한 김모(18·서울 H고)양은 “학교에 나오면 나오는 대로, 안 나오면 안 나오는 대로 친구들이 (잘난 척 한다고) 뭐라 한다”며 “선생님들은 맘대로 놀라고만 하시는데 도대체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연모(서울 H고)양도 “수업은 안 들어도 된다면서 시험은 봐야 한다는 것도 이상하다”고 했다.

교사들의 애로도 적지 않다. 서울 B여고 3학년 부장 이모(43) 교사는 “수시 합격생들을 수업에 참석시켰더니 급우들로부터 ‘우린 생고생하는데 너만 소설책 보고 있느냐’는 핀잔만 듣더라”고 했다. 서울 Y여고 3학년 담임 이모(42) 교사도 “전체 500여명 중 30명 정도인 합격생들을 위해 한창 입시준비에 몰두해야 할 2학기 동안 별도 프로그램을 운영할 여건이 안 된다”고 했다. 위화감과 현실적인 어려움으로 주로 가정학습을 권장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서울시 교육청에서 이들을 위해 ‘수시입학 확정자 평생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했지만 수용인원(50명)이 턱없이 적고, 이용가능 시간·시설이 제한돼 있어 실제 학생 참여가 저조한 실정이다.

서울고 윤웅섭 교장은 “실질적 대학생들인 이들을 고교에 묶어 두는 것은 비합리적”이라며 “대학에서 이들에게 교양과정을 제공하고 고교에서는 이를 2학기 과정이수로 인정하는 현실적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학도 이들을 외면하긴 마찬가지다. 1학기 수시모집으로 410명을 선발한 수도권 모 대학은 간단한 학교 설명회 외에 다른 프로그램이 없다. 인력과 재정적 여력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지난 1일 464명의 합격자를 발표한 한 지방대학도 오는 10월 1박2일짜리 오리엔테이션 정도만 계획하고 있다. 그나마 간단한 프로그램이라도 있는 대학은 전체 1학기 수시모집 92개 대학 중 53개 대학. 지난해 31개대(전체 66개대 중)보다 조금 늘었지만 2학기 동안 지속되는 프로그램이 있는 곳은 연세대·고려대·경북대 등 서울과 지방의 덩치 큰 대학들뿐이다.

이화여대 성태제(교육학) 입학처장은 “외국의 경우 학생들이 학업 수준을 일정 수준 이상 유지토록 하고 대학실험실습조교·인턴십 등 다양한 기회가 제공되고 있다”며 “우수해서 먼저 뽑은 학생들에 대해 현재처럼 큰 대학 위주로만 관리가 이루어진다면 수시 1학기 모집을 전면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