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5일 정몽헌 현대아산 회장의 투신 자살에 대해 표면적으로는 조전(弔電)과 함께 애도를 표시하면서도, 금강산관광 일시 중단의 뜻을 밝히고 이번 사건이 남북관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임을 시사하는 등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이는 북한이 정 회장의 사망을 ‘단순 자살’이 아니라, 대북송금 특검 조사과정에서 받은 압박 때문인 것으로 보고 있음을 의미한다. 북한은 그동안 대북송금 특검에 대해 강하게 반발해왔다. 대북송금이 남북 정상회담 대가라는 의혹이 제기돼, 자칫 불똥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까지 튈 수도 있다는 점을 우려한 때문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정 회장이 자살해 북한으로선 차제에 대북송금 특검을 끝내도록 해서 더 이상 김 위원장이 거론되는 것을 차단하고, 포용정책 비판세력들에 ‘재갈’을 물릴 카드가 필요했을 것으로 보인다. 또 정 회장의 사망은 북한으로선 ‘든든한’ 재정 지원자를 잃은 것뿐만 아니라, 앞으로 대북(對北)투자가 위축될 수도 있다는 점을 우려했을 수도 있다.

정 회장의 사망을 “한나라당이 불법·비법적으로 꾸며낸 특검의 칼에 의한 타살”로 몰아가면서 ‘금강산 관광 일시 중단’이라는 강경한 카드를 꺼낸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된다. 일각에선 북한이 우리 정부를 현대 사업에 끌어들이기 위해 포용정책의 상징인 ‘금강산관광 중단’ 카드를 꺼냈을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한편, 북한은 2001년 3월 정주영 명예회장 사망 때엔 김정일 위원장 명의의 조전과 함께 조문사절단도 보냈으나, 이번에 아태평화위원회를 비롯해 현대와 상대했던 기관 명의의 조전만 보내왔고, 조문사절단은 보내지 않는다고 했다. 정부 당국자들은 “정 명예회장과 정 회장의 격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평가하고 있으나, 이 또한 불편한 심기의 일환이란 지적도 나온다.

북에서 온 조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