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북한이 6자회담 틀 속의 미·북 간 양자대화를 갖기로 합의한 가운데, 북핵 문제의 다자적 해결 방안들이 다양하게 거론되고 있다. 미국 국무부의 리처드 바우처(Boucher) 대변인은 1일 미국은 이번 회담에서 미국의 아이디어들을 내놓을 것이라고 말해, 6자 무대에서 실질적인 논의가 이뤄질 가능성이 커졌다.
◆ 비공식적 양자대화의 전망
‘6자회담 틀 속의 미·북 간 양자대화’는 다자회담을 주장해 온 미국과 양자회담을 요구해 온 북한의 타협안이지만, 양자 대화의 실제 형식은 가변성(可變性)이 많다.
미국은 북한의 6자회담 수용을 부시 외교의 승리로 평가하고 있고, 북한은 미국이 쌍무회담을 받아들였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다자회담과 양자회담으로 팽팽히 맞섰던 양국이 이처럼 서로 체면을 세울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는 사실을 뒤집어 보면 서로 한 발짝씩 양보했음을 의미한다.
콘돌리자 라이스(Rice) 국가안보 보좌관은 지난 4월 미·중·북 베이징회담에서 북한과의 양자대화를 허락해 달라는 미국 대표단의 요구를 거절했으며, 따라서 부시 행정부가 이번에 비공식적 양자대화를 수용한 것은 의미 있는 것이라고 워싱턴포스트는 2일 보도했다. 중국은 자신들이 북한에 대한 정직한 중재자로서의 신뢰를 유지하려면 미국도 일부 양보할 필요가 있다고 미국을 설득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하지만 양자대화가 어떤 식으로 진행될지는 아직 확실치 않다. 미·북이 회담장에서 남한과 중·일·러는 참여하지 않은 채 양국만이 따로 앉는 별도의 세팅은 하지 않겠다는 게 미국의 의도인 것으로 분석된다. 6자회담의 휴회 기간이나 6자회담 도중 자연스럽게 미·북이 서로 얘기를 주고받는 수준을 ‘비공식적 양자대화’로 미국은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중국의 한 관리는 다른 나라 협상단이 화장실에 가기 위해 자리를 비운 사이 미·북이 서로 얘기를 나누도록 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워싱턴포스트는 전했다.
바우처 대변인은 북한도 이 같은 양자대화의 의미를 알고 있다고 말했지만, 북한이 이 정도 선에서 만족할지는 의문이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1일 “우리는 6자회담을 개최하며 거기에서 조·미 쌍무회담을 진행하는 데 대한 새로운 제안을 내놓았다”고 6자와 양자를 모두 ‘회담’이라고 지칭하면서 “우리의 제안은 지금 협의 중에 있다”고 말해 여운을 남겼다.
미국 국무부의 존 볼턴(Bolton) 차관이 “우리는 이 회담을 다른 나라 대표들은 모두 커피를 마시러 나간 사이에 미국과 북한 대표들만 방에 남아 있는 식으로 이뤄질 것으로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한 것처럼 미국 내 강경파들이 양자대화에 여전히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는 것도 이번 회담의 부담이다.
◆다자적 해결 방안 모색
미국은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방안들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자가 참여하는 방식으로 추진해 나가려는 복안을 갖고 있다. 불침(不侵) 보장도 미국만이 서명한 문서가 아니라 미·일·중·러가 공동으로 담보하는 형식을 선호하고 있다.
요미우리(讀賣)신문이 3일 보도한 미·일·중·러의 다국적 북핵사찰단 추진 보도도 같은 맥락이다. 사찰을 유엔에 맡기는 것보다는 미국과 중국·러시아 등 북한에 실질적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나라들이 중심이 된 다국적 사찰단의 실행력이 더 크다는 게 미국의 계산인 듯하다.
미국은 1994년 제네바 합의 때는 영변 핵시설에 대한 사찰을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담당토록 했으나, 1998년 핵 개발 의혹이 불거졌던 금창리 지하시설에 대해서는 미국 대표단이 직접 사찰했었다.
미국은 또 북한이 핵을 포기할 경우 경제적 지원도 다국이 공동으로 제공할 수 있음을 거듭 언급하고 있다.
바우처 국무부 대변인은 “문제들이 다자틀에서 해결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고, 스콧 맥클렐런(McClellan) 백악관 대변인은 “북한이 핵을 포기할 경우 국제사회로부터 얻을 이득이 상당하다”고 말했다.
(워싱턴=주용중 특파원 midway@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