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이면 물막이 공사 10년, 오랫동안 ‘환경 재앙’의 상징처럼 받아들여졌던 시화호(始華湖)는 스스로의 힘으로 되살아나고 있다. 반월 습지공원에는 어른 키만한 갈대숲 위로 왜가리가 날고, 갯벌에는 수생생물 군락도 생겼다. 천연기념물 414호 화성 고정리 공룡알 화석지가 이 곳에 있고, 오이도에서는 대규모 선사시대 패총(貝塚·조개무덤)이 발견됐다.

시화호를 품고 있는 시흥, 안산, 화성 세 지자체의 시민단체와 주민들이 새로운 대안(代案)을 모색하고 있다. 지난달 25일 오전, 안산 한국해양연구원에서 만난 ‘시화호 그린프로젝트’ 추진 위원들은 “시민들이 눈과 귀로 직접 시화호 생태의 가치를 확인하고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흥·안산·화성이 함께" =화성 YMCA, 화성 우음도 어촌계, 안산 대부도 주민모임, 안산 아침논단, (안산)열린시민교육센터, 안산 YMCA 풀뿌리 환경센터, 연안보존네트워크, 시흥 오이도 어촌계 등 8개 단체가 힘을 모았다. 지난해 5월 세계해양박람회 공동사업을 준비하며 머리를 맞대기 시작, 올초 준비위를 꾸렸고, 6월 추진위가 출범했다.

그 첫 걸음이 ‘시화호 그린 투어링’< 지도 >. 그동안 시흥·안산·화성의 시민환경단체와 지자체 등이 별도로 소규모 생태탐사 행사를 열어왔다. 이를 시화호 전체를 아우르는 코스를 개발해 본격 추진키로 한 것. 추진위는 “환경단체와 활동가 중심의 시화호 환경 운동을 시민이 직접 참여하고 목소리를 내는 형태로 전환하는 것이 최대 목표”라고 설명했다.

25일 반월갈대습지공원에서, ‘시화호 그린프로젝트’ 추진위원들이 결의를 다지고 있다. 뒷편 수로를 경계로 왼쪽은 화성, 오른쪽은 안산이다. 왼쪽부터 윤영배 음도 어촌계장, 정갑식 집행위원장, 김갑곤 정책팀장.<a href=mailto:libra@chosun.com>/이태훈기자<

되살아나는 시화호 =윤영배(尹榮培·51) 화성 음도 어촌계장은 "코스를 따라 육로와 해로로 시화호를 돌아보면, 반월·시화공단의 오폐수로 악취가 나는 상류부터, 방아머리 수문을 통해 바닷물이 유입돼 수영대회까지 열고 있는 하류까지 시화호 전체를 조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국 최대의 인공습지인 반월 갈대습지공원(①)을 출발, 화성 고정리 공룡알 화석지(②)와 자연 스스로 정화(淨化)하며 새로운 생태계를 형성한 음도(③)의 습지와 갯벌을 지난다.

가장 좁은 곳이 너비 100m에 불과한 상류 수로(④)에서는 연기를 쏟아내는 열병합발전소 굴뚝 아래 ‘죽음의 호수’였던 시화호의 ‘과거’를 확인할 수 있다. 송전탑이 가로질러 가는 중류 수로(⑤)는 아직도 무분별한 개발이 계속되는 ‘현재’를 볼 수 있는 지역. 토취장·채석장으로 할퀴어진 형도(⑥)를 지나면 아직도 농지 조성이 계속되는 남측 수로(⑦)를 만난다. ‘담수호 포기’라는 국가정책 실패의 상징인 대부도(大阜島) 방아머리 선착장과 수문(⑧)을 지나 시화 방조제(⑨)를 거치면, 생태 탐사는 시화호 내측 지역 주민 집단 이주지 오이도(⑩)에서 끝난다.

활동 계획 =영흥도 화력발전소, 북측 간석지 '멀티테크노밸리', 상류 경정장…. 공사, 지자체, 중앙정부가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며 시화호 보존 문제는 종합적 계획없이 갈팡질팡이다. 추진위는 이에 대한 정책 대안을 제시할 수 있도록 시작부터 주민대표, 연구원, 시민단체 활동가, 변호사와 기업가 등을 망라했다.

올해 10차례 시범 운영하는 ‘그린 투어링’은 각 사회 분야별로 인원이 대부분 찬 상태지만, 내년부터는 계절별·테마별 다양한 코스를 개발해 정례화할 계획이다. 정갑식(鄭甲植·48·한국해양연구원 책임연구원) 집행위원장은 “정례화된 그린투어링은 ‘생태환경 보전’과 ‘지속가능한 개발’의 가치관 갈등을 극복하기 위한 첫 단추”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