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우계단-여고괴담 세번째 이야기’의 제작사 씨네2000은 개봉을 앞둔 지난달 26일‘폐교 탐방 이벤트’를 열어 눈길을 끌었다. ‘교복 입은 귀신’으로 분장한 행사요원들이 갑자기 등장하자 일반 관객들과 함께 이벤트에 참가한 이 영화의 세 주연배우들이 소스라치게 놀라고 있다.

영화 ‘여고괴담 세 번째 이야기―여우계단’의 제작사인 씨네2000은 개봉(1일)을 앞두고 지난달 26일 자정 무렵 서울 용산의 구(舊)수도여고 건물에서 ‘폐교 탐방’이라는 이름으로 희한한 이벤트를 열었다. 여고생이 대부분인 참가자 56명은 촛불 하나만 들고 영화의 실제 촬영지였던 이 폐교 구석구석을 돌며 공포를 체험했다.

주최측이 미리 가져다 놓은 밧줄·마네킹 등 무시무시한 소품들이 나타날 때마다 참가자들 등골은 오싹해졌고, ‘교복 입은 귀신’으로 분장한 행사요원들이 튀어나올 땐 비명소리도 터졌다.

이처럼 영화 개봉을 앞두고 벌이는 사전 홍보 이벤트들이 종전에 없었던 기발한 아이디어를 끌어들이고 있다. ‘여고괴담…’의 경우처럼 관객들이 영화 내용을 사전에 몸으로 ‘체험’해 보게 하는 행사들이 많아진 게 무엇보다 큰 특징. 지금 흥행에 성공하고 있는 ‘싱글즈’의 경우 개봉 직전인 지난달 5일 남녀 싱글 300명을 모아 ‘파자마 파티’를 열었다.

개그맨 김제동이 사회를 보며 밤 10시부터 이튿날 오전 6시까지 잠옷만 입고 진행된 이 파티에 참석한 남녀들은 일면식도 없는 이성(異性)들과 노래·춤·베개싸움 등을 하고 자유롭게 대화도 나누며 즐거운 하룻밤을 보냈다.

씨네월드 정승혜 이사는 “과거엔 편지나 엽서를 받아 당첨자에게 선물을 주는 식의 틀에 박힌 행사들이 대부분이었는데, 최근엔 일반인들이 직접 체험하는 형태의 이벤트가 부쩍 늘었다”며 “인터넷에 힘입어 참여자 수도 폭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1일 개봉한 ‘툼레이더2’의 경우 영화 속에서 라라 크로프트가 탔던 다임러 크라이슬러의 신형 지프에 영화 홍보포스터 등으로 치장한 ‘랭글러 루비콘 툼레이더’ 한 대를 들여와 지난 7월 중순 6일간 서울 종로·명동·강남·신촌 등을 돌며 ‘로드쇼’를 펼쳤다. 또 넷마블 등의 게임사이트에서 ‘라라 크로프트 아바타 이벤트’를 열며 젊은이들 사이에서 영화의 인지도를 키우고 있다.

또 ‘신밧드:7대양의 전설’은 ‘선상(船上) 시사회’와 함께 2박3일간 중국 해안을 여행하는 크루즈 이벤트를 내놓았고, ‘맛있는 섹스 그리고 사랑’은 연인들에게 콘돔과 사탕을 나눠주는 거리 이벤트를 펼쳤다. 지난 5월 개봉되었던 공포영화 ‘다크니스’는 터널 속 어둠이 주는 이미지에 착안, 동대문의 한 쇼핑몰 지하주차장을 빌려 시사회를 열기도 했다. 알앤아이 김창아 팀장은 “극장보다 영사시설은 좀 떨어지지만 어두컴컴한 지하주차장에서 사운드의 울림효과가 좋아져 관객들의 반응은 좋았다”고 말했다.

기업들과 공동 프로모션하는 영화들이 늘면서 마케팅 비용을 좀더 여유있게 쓸 수 있게 됨에 따라 독특한 아이디어의 홍보 이벤트는 더 즐비해질 전망이다. 명필름 박소영 실장은 “홍보하는 처지에서는 영화의 컨셉트와 딱 맞아떨어지는 이벤트를 찾아내기가 늘 힘겹다”며 “‘바람난 가족’의 경우 이혼파티를 열어볼까 고민해 보기도 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