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국 마이크 앞에 나온 전문가들은 승용차 대신 대중교통수단으로 출근하는 게 얼마나 더 빠르며, 도시 교통소통에도 도움이 되는지를 강조하고 또 강조했다. 7월 28일부터 시작해 지금 KBS 2라디오가 매일 아침저녁으로 벌이고 있는 ‘대중교통 이용하기’ 캠페인이다.
7월 1일 청계고가 철거가 시작된 이후 악화되고 있는 서울의 교통소통 문제를 해결해 보려는 몸부림이다. 제언마다 지당한 말씀들이고, 지적된 문제들은 당장에라도 풀어야 할 숙제들이다. 이 방송의 캠페인에 앞서 몇몇 시민단체는 어깨띠를 두른 채 ‘대중교통 이용합시다’라는 전단을 행인들에게 나눠주기도 했다.
도심 교통소통을 위한 충정은 이해되지만, 한편으론 한 가지 의문이 솟는다. “과연 이런 식의 캠페인이 얼마나 많은 시민들을 버스·지하철로 향하게 할까?” 하는 궁금증이다. 도시 교통문제의 엉킨 매듭을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시민 대상 캠페인이 문제 해결에 실효성 있는 명약(名藥)이라고 확신할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출퇴근 시간 수많은 ‘나홀로 승용차’들로 도로 위가 짜증의 공간이 되어버린 건, 시민에 대한 계몽이 덜 되어서도 아니고 당국이 해법을 몰라서도 아니기 때문이다.
이해 득실에 냉정한 대중은 대중교통이 최고의 경쟁력을 가진다면 타지 말라고 해도 탄다. 운행 간격이 너무 길고, 그나마 제 시간에 오지도 않는 버스, 너무 붐비고 사고날까 불안하며, 갈아타기에 너무나 불편한 지하철 등 낙후된 한국 대중교통의 현실이 문제를 꼬이게 하고 있는 것이다. 약간의 음모론적 시각까지 보탠다면 대중교통 이용 증가를 달갑게 여기지 않는 승용차 생산 대기업의 입김까지 교통 문제 악화에 일조하는 것으로 보는 사람도 있다.
따라서 해결은 시민에게 ‘권유’하는 캠페인보다는 선진국처럼 대중들이 자연스럽게 대중교통으로 쏠리도록 몰아가는(drive) 당국의 실천으로만 가능하다. 어느 지방도시 시장은 대중교통 이용 어깨띠를 두르고 하루 날을 잡아 지하철로 출근했다지만, 그는 그보다는 ‘불편한 대중교통’을 빚어내고 있는 법령·제도상의 독소들을 없애는 일부터 했어야 옳다.
어디 대중교통 이용 캠페인뿐인가. 지금 우리 사회엔 캠페인이 너무 많다. 2003년 들어 7월까지 조선일보에 보도된 국내 캠페인 관련 기사가 120건이 넘는다. 그중엔 ‘쓰레기 2% 줄이기 캠페인’ ‘돼지고기 먹기 캠페인’ ‘엄마젖 먹이기 캠페인’. 쌀밥을 더 먹자는 ‘러브 미(米) 캠페인’이 있는가 하면, ‘막걸리 마시기 캠페인’ ‘비만(肥滿) 바로 알기 캠페인’, 심지어 전립선 비대증 치료를 일찍 받자는 ‘전립선 크기 지키기 캠페인’까지 있었다. 모름지기 ‘캠페인 공화국’이다.
캠페인의 내용이야 대부분 필요하고 옳은 것들이다. 하지만, 문제 해결을 진정으로 추구한다면 이젠 우리도 정서에 호소하는 캠페인보다는 이성적인 토론과 논의와 제언을 통한 시스템의 확립에 힘을 먼저 쏟을 때가 된 것 아닐까. 1970~80년대 일간신문엔 은행창구나 극장 매표소의 새치기를 꾸짖는 글도 많고, 줄서기 캠페인에 관한 기사도 심심치 않게 눈에 띈다.
그러나 차례 지키기 문화를 확립한 건 캠페인이 아니었다. 수년 전 은행 창구에 도입한 것을 시작으로 날로 확산되고 있는 ‘번호표 발행기’에 의한 순번대기 방식이라는 ‘시스템’이 극장 은행 등의 새치기족(族)을 일소(一掃)해 버렸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여전히 줄을 잇는 캠페인을 보면 ‘캠페인 줄이기 캠페인’이라도 벌여야 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김명환·문화부차장·wine813@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