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업 뮤지컬의 틀을 부순 내용으로 미국에서 화제가 됐던 뮤지컬 ‘인투 더 우즈’의 한 장면.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1년동안 성황리에 공연한 뒤 지난 1월 막을 내린 뮤지컬 ‘인투 더 우즈’(into the woods·1987 브로드웨이 초연)는 상업 뮤지컬의 틀을 부수어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점에서 우리 뮤지컬계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작사·작곡가는 스테판 손하임으로 우리나라에는 잘 알려져있지 않지만 외국에서는 아주 유명한 사람이다.

이 뮤지컬에는 뮤지컬에서 흔히 기대하게 되는 많은 것들이 빠져있다. 열광적인 로큰롤이나 낭만적인 세미 클래식의 반주도 없고, 남녀 주인공의 흔해빠진 달콤한 사랑 노래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과 손하임에 대한 미국인들의 자부심은 엄청나다.

‘인투 더 우즈’는 어른을 위한 동화다. 어릴 적 즐겨 읽었던 ‘신데렐라’ ‘라푼젤’ ‘잭과 콩나무’ ‘빨간두건의 소녀’의 주인공들과 새로 만들어진 마녀, 빵집 부부 등이 차례로 나온다. 이제 어른이 되어 극장을 찾은 사람들을 또 다시 동화의 세계로 초대한다.

하지만 이 작품은 관객들을 단순히 동화의 환상에 빠져들게 하기 보다는, 그 동화들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든다. 어릴적 엄마가 읽어주던 동화의 가르침은 우리들에게 아름다운 꿈을 주었지만, 이 세상에는 환상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복잡한 것들이 너무 많다는 것. 그래서 이 작품 속에서는 겉으로 좋아보이는 사람도 거짓말을 하고 착한 사람도 죽는다. 사악해야 할 마녀가 진실을 말한다.

이 작품에서 주인공들은 어두운 숲으로 들어가 각자의 소망을 이루어내지만, 곧 이어 그 소망의 대가를 치루게 된다. 결국 이들이 깨닫게 되는 것은 사람은 혼자 힘으로 살 수 없다는 것이다. 이들은 관객에게 동화속 ‘영원히 행복하게 살았습니다’의 허구를 꼬집고, 대안으로 ‘아무도 혼자이지 않아’의 메시지를 제시한다.

‘인투 더 우즈’의 매력은 환상을 다루면서도 현실에 대한 냉소와 비판의식을 잃지 않는다는 점에 있다. 때문에 관객은 신나는 춤과 노래를 즐긴 뒤 극장문을 나설 때 허탈함 대신, 가슴뿌듯한 희열을 느끼게 된다. 뮤지컬도 연극만큼 진지하고 지적인 예술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이 뮤지컬을 통해 배울 수 있다.

(김학민·뮤지컬 연출가·경희대 연극영화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