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 하나. 지난 27일 밤 9시에 방송된 KBS 2TV ‘개그 콘서트’. 개그맨 4명이 나와 순서대로 외친다. “나는 1등이라 금메달” “나는 2등이라 은메달” “나는 3등이라 동메달”. 그리고 시청자의 웃음에 대한 기대가 최고조에 이른 마지막 순간. “나는 꼴찌라서 ‘목메달’!!”. 그 개그맨은 이 말과 동시에 자살 시연을 해보이듯 자신의 목을 졸랐다.

사례 둘. 역시 KBS 2TV가 자랑하는 ‘슈퍼 TV 일요일은 즐거워’. 개그맨 유재석, 이혁재, 신정환, 강병규 등이 차례로 바닥에 누웠다. 지름 10㎝정도의 불투명 관을 통해 내려오는 음식들이 입에 닿을 때마다 출연자들은 경련을 일으키며 버둥거렸다. 입안에 넣고 얼마나 오래 참을 수 있는지, 또 그것이 무엇인지를 맞히는 것이 이 코너의 포인트였다. 최근 2주 동안 관을 통과한 것은 살아있는 미꾸라지, 수십 개의 다리가 달린 지네, 식용 귀뚜라미 등이었다. 먹지 않기 위해 버티던 유재석의 입을 다른 출연자들이 강제로 벌렸다.

사례 셋. ‘연예인 짝짓기 프로그램’으로 이름난 ‘자유선언 토요대작전’. 이 프로그램은 최근 일주일 동안 연예기사를 다루는 스포츠 신문들을 정신없이 바쁘게 했다. 가수 김건모의 파트너로 인기를 끌었던 한 여자 연예인 지망생을 둘러싸고 방송국 바깥에서 두 명의 남자가 칼부림을 벌였기 때문이다. 칼을 맞은 전 매니저겸 남자친구는 얼굴만 40바늘, 팔과 허벅지까지 합치면 총 120바늘 이상을 꿰맸다. 연예계 진출 창구로도 유명했던 이 프로그램은 결국 여자 출연자 전원을 교체한다고 발표했다.

‘젊은 감각과 온 가족의 문화채널’을 내걸고 한 달 전 개편한 KBS 2TV가 ‘가학’과 ‘엽기’ ‘폭력’ 등의 추문으로 얼룩지고 있다. 공영방송 KBS 2TV의 선정성에 대한 지적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최근의 해프닝은 인내하기 힘들 정도라는 지적이다. “새로운 아이디어와 재미로 나를 즐겁게 했던 개그콘서트까지 자살을 부추키다니”, “입장을 바꿔놓고 생각해 보세요. 아무리 개그맨들이라고 그런 걸 강제로 먹입니까”, “KBS는 이런 천한 3류 개그가 아니면 웃길 수 없나”라는 시청자들의 비난이 속출했다.

최근 KBS 2TV는 두 가지 조사에서 수위를 차지했다. 하나는 방송영상산업진흥원이 조사한 ‘지상파 3사 봄 개편 편성 분석 보고서’에서 전체 방송시간 중 오락물의 비중이 59.6%로 ‘최고의 오락채널’의 명성을 확인 한 것. 또 하나는 시청률 조사회사인 TNS 미디어 코리아의 분석 결과 개편 이전 5.9%에서 개편 후 6.5%로 채널 시청률이 급증했다는 것이다.

‘개그 콘서트’ ‘일요일은 즐거워’ ‘자유선언 토요대작전’ 등이 1등 공신이었음은 물론이다. KBS 정연주 사장은 개편 일성으로 “시청률 경쟁에 뒤지더라도 공익성을 높여 질 높은 프로그램을 만들겠다”고 했었다. 같은 날 KBS 인터넷게시판에는 “이제 지네나 미꾸라지로는 약하다. 더 강도높은 걸 먹여야 한다”고 적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