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천안시 신부동 고속버스 터미널 옆에는 순수 전시공간만 900평이 넘는 초대형 사설 화랑 「아라리오갤러리」가 있다.
또 주변 실내외엔 24억원짜리 데미안 허스트의 「hymn(찬가)」, 자동차 크랭크축으로 만들어진 아르망의 5억원짜리 「백만마일」 등 세계적인 유명작가의 작품이 100여점이나 곳곳에 늘어서 있다.
중소 도시인 천안의 터미널 주변이 전국적으로 유명한 문화공간으로 부상한 것은 순전히 이곳 사업체 「아라리오산업」의 주인인 김창일(金昌一·52) 회장 덕분이다.
이런 김 회장이 최근 아티스트로 변신, 오는 30일부터 10월 12일까지 천안시 신부동 아라리오갤러리에서 첫 개인전을 갖는다.
김 회장은 천안의 관문인 신부동 노른자위 땅 2만평의 부지 위에 천안 고속버스 및 시외버스 터미널, 갤러리아 및 야우리 백화점, 멀티플렉스 극장, 아라리오갤러리 등으로 구성된 아라리오산업의 오너이다.
이번 전시는 김 회장에 있어 사업가가 아니라 「시킴(CI KIM)」이라는 예명(藝名)의 화백으로서 첫발을 내딛는 뜻 깊은 전시회이다. 그는 예술에 전념하기 위해 지난 4월 아예 사장 자리까지 내놓고 경영 일선에서 손을 뗐다.
그가 이번에 선보일 작품은 모두 60점. 그의 작품은 아이 같은 눈으로 현대 소비문화를 바라보며 그 속에서 꿈과 아름다움을 찾아내는 것이 특징이다. 작품 소재는 메모리 칩, MRI 사진, 곤충, 옷, 돋보기, 저금통 등 일상 생활 주변에서 흔히 눈에 띄는 것들이다.
하지만 주제는 좌절에서 희망과 용기를 찾는다는 일관성을 지니고 있다. 그의 작품은 회화, 오브제(objet), 설치, 사진, 영상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를 다루는 포스트 모더니즘적 특성을 보여주고 있지만 누구나 비교적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대중성을 간직하고 있다.
『그동안 살아오면서 많은 어려움이 닥쳤지만 늘 꿈을 생각하며 극복해냈습니다. 작품을 통해 다른 이와 그 꿈을 공유하고 싶습니다.』
비록 개인전은 처음이지만 김 회장은 미술계에선 이미 오래 전부터 상당히 알려진 유명인사이다. 오래 전부터 미술품 수집과 전시 기획 등 미술 관련 활동을 왕성하게 해왔기 때문이다.
김 회장이 처음 예술에 관심을 가진 것은 대학 4학년 때인 1977년. 인사동을 자주 드나들던 그는 78년 말 남농 허건과 청전 이상범 작품 2점을 매입했다. 하지만 78년 어머니가 인수한 천안 시외버스터미널을 맡아 운영하면서 한동안 미술에는 큰 관심을 갖지 못했다.
그러던중 89년 터미널이 천안 대흥동에서 신부동으로 이전하면서 김 회장은 당시만해도 지저분함의 대명사였던 버스터미널 주변을 문화의 향기가 그득한 「아라리오 스몰 시티」로 만들자는 구상을 했다.
『문화는 사과나무같이 당장 과일과 돈을 가져다 주는 것은 아니지만 느티나무처럼 한창 더울 때 많은 사람에게 시원한 그늘을 제공하는 것입니다.』
이에 따라 그는 은행 융자 100억원을 포함해 총 280억원을 새 터미널 건립에 투자하면서 이중 30억원을 들여 야외 조각공원을 조성했다. 천안은 지금도 옥외 미술품 설치 관련 규정이 없다.
그는 이후 본격적으로 컬렉터(collector·수집가)의 길을 걸었다. 국내는 물론 전세계 전시회를 다니고 유명 작가들과 교류하며 미술품을 수집, 현재 소장 작품이 800여점에 이른다. 그는 이 과정에서 작품세계에 눈을 뜨게 됐고 3년 전쯤 직접 작품활동에 뛰어들어 지난해 겨울 공동전시회를 열기도 했다.
『문화가 있었기에 아라리오가 지금까지 이만큼 성장했다고 믿습니다. 꽃이 아름다우면 자연히 벌이 날아와 꿀을 만들어주는 이치와 같죠.』
김 회장은 『아라리오갤러리를 수준높은 화랑으로 만들고 훌륭한 화백이 되는 것 두가지가 마지막 목표』라며 『이제 사업은 잊고 오직 예술과 함께 하는 삶을 보내겠다』고 말했다. ☎(041)551-51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