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천의 옛 다리인 수표교(水標橋)와 광교(廣橋)는 어떻게 복원될 것인가?
건조물(建造物·건물이나 다리 등을 일컬음)문화재 전문가들은 “장충단공원에 이전해 놓은 원래의 수표교는 그 자리에 두되, 청계천이 복원되면 원래 수표교가 있던 자리에 수표교와 외형이 똑같은 ‘복제 수표교’를 놓을 것”을 서울시에 권하고 있다. 서울시 역시 이 같은 입장을 따라 ‘복제 수표교’를 놓기로 방침을 정한 상태다.
그러나 서울시가 청계천 복원 사업에서 시민 참여를 위해 설치한 청계천복원시민위원회 역사문화분과(위원장 김영주)는 이 같은 방침이 알려지자 “청계천 역사문화복원을 내세웠던 서울시가 당초 약속을 어기고 있다”며 시를 비판하고 있다.
복개도로 밑에 묻힌 광교 역시 교통흐름 때문에 이전할 수밖에 없다는 게 시의 입장이지만, 시민위 역사문화분과는 “광교 역시 원형 복원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 수표교의 앞날? =시민위 역사문화분과는 “애초 청계천 복원 사업을 시작할 때 광교와 수표교 등 문화재 복원을 내건 만큼, 수표교는 원래 자리에 원형대로 복원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명분면에서 이들의 주장에 반대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하지만 건조물 전문가들은 “수표교 이전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입장이다.
시가 광교와 수표교 복원 방법을 논의하기 위해 설치한 청계천 역사 복원 관련 전문가 자문회의(위원장 김동현)도 지난 15일 “청계천 2가 수표교가 놓였던 자리에 수표교와 외형이 똑같은 다리를 놓고 현재 장충단공원에 전시된 수표교는 그 자리에 놓아둘 것”을 시에 권고했다. 수표교를 이전하기 위해 해체하는 과정에서 수표교가 손상될 것이라는 이야기였다.
자문회의 위원장이자 문화재청 문화재위원회 건조물분과 위원인 김동현 교수(동국대)는 “1959년 청계천 복개공사로 장충단공원으로 이전한 수표교를 원래의 자리로 다시 옮길 경우 수표교 석재 중 상당수는 새 돌(화강암)로 교환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자문회의 위원이자 문화재위원회 건조물분과위원인 주남철 교수(고려대) 역시 “돌로 된 건축물을 해체하면 돌 사이에 그간 이뤄온 균형이 깨지기 때문에 반드시 부재를 교체하는 일이 벌어진다”며 “수표교를 이전하기 위해 해체하는 순간, 수표교의 원형을 잃어버리는 꼴이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경복궁 영제교(永濟橋) 이전 복원을 예로 들었다. 조선 초기 건축된 영제교(길이 13.3m, 너비 10.3m)는 총독부 신축 때문에 해체된 뒤 두 차례나 더 이전됐다가 지난 2001년 원래 자리로 되돌아가게 됐다. 당시 해체·이전 업무를 담당했던 문화재청 궁원관리과측은 "이전 과정에서 돌로 된 부재 506개 중 178개만이 재사용됐다"고 밝혔다. 35% 정도만이 재사용된 것이다.
주남철 교수 등은 "수표교가 제2의 영제교가 돼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시도 이 같은 입장에 동의하고 있다.
그러나 수표교 이전·복원과 관련한 논란이 계속된다면 최종 결정은 서울시 문화재위원회 1분과(건조물업무 담당·위원장 주남철)가 내리게 된다. 수표교는 서울시 유형문화재 18호이다. 때문에 수표교와 관련한 어떤 변화(현상변경·現狀變更)에 대해서든 시 문화재위원회가 심의해 결정하게 된다.
길이 27.5m, 너비 7.5m 수표교는 조선 세종 2년(1420년)에 건립된 다리다.
◆ 광교, 이전복원인가 원형복원인가 =광교는 현재 복개도로 아래에 묻혀 있다. 광교 복원과 관련, 자문회의는 복개도로를 뜯어내 상태를 면밀히 판단한 뒤 복원위치 등을 최종 결정할 것을 시에 권고했다. 자문회의 김동현 위원장은 “복개도로 아래에 묻힌 교량상태를 제대로 살피지 않은 상태에서 복원하느냐, 옮기느냐를 논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시측은 “도심 교통의 축인 광교 일대에 광교를 원형대로 복원한다면 교통대란이 날 것”이라고 지적한다.
길이 12m, 폭 15m인 광교는 원래 자리에 원형 크기대로 복원할 경우, 다리가 차로(車路) 가운데 위치하게 돼 교통흐름이 어렵게 되는 것은 사실이다.
문화재로 지정되지 않은 광교의 복원 방식은 수표교와는 달리 문화재청 문화재위원회 매장문화재분과위원회(위원장 정영화)가 ‘칼자루’를 쥐고 있다고 보는 편이 낫다. 지난 6월 말, 매장문화재분과위는 광교 주변을 발굴하도록 결정했다. 매장문화재분과위에서 ‘광교 주변 현상변경 불가’ 결정을 내리면 광교는 원형으로 복원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교통 흐름 등을 고려해 분과위가 시의 입장을 받아들인다면 ‘이전 복원’이 가능하다. 문화재위원회 매장문화재분과위는 문화재 심의기구이며, 이들의 결정은 법적으로 구속력을 갖는다.
종로와 남대문로를 연결하는 광교는 조선 태조 때 흙다리로 축조됐다가 큰 비로 다리가 무너지자 1410년 돌다리로 다시 축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