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에서 가장 권위 있는 아시아미술 전문 국립박물관에서 박물관 개관 104년 만에 처음으로 재일 동포 2세가 첫 개인 작가 초청 전시회를 갖는다. 주인공은 건축가 유동룡(庾東龍·66)씨.
유씨는 프랑스 파리의 유서 깊은 기메 박물관에서 28일부터 회고전을 갖는데, 지난 1899년 박물관 개관 이후 개인 작가의 초청 전시회로는 처음이라는 점에서 그의 회고전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일본 도쿄에서 태어난 유씨는 지난 33년 동안 ‘이타미 준(伊丹潤)’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면서 국제적 명성을 얻었으며, 일본 내에서는 최고의 현역 건축가로 통한다. 자신의 건축 인생을 대표하는 도형, 스케치, 건축 모형, 회화, 소품, 가구 등 모두 179여점을 전시할 이번 회고전은 오는 9월 29일까지 계속된다.
기메 박물관의 피에르 캉봉 수석 학예연구원은 “이타미 준은 현대 미술과 건축을 아우르는 작가”라며 “국적을 떠나 세계적인 건축 세계를 지닌 건축가”라고 회고전 개최 이유를 설명했다.
“체험할 수 있는 촉감의 회복을 지향한다”는 건축 미학을 고수해 온 유씨는 이번 전시회를 통해 자연과 전통의 조화, 인간미 넘치는 동양적 건축물로 대표되는 그의 작품 세계를 집중적으로 보여줌으로써 ‘예술과 건축의 융합’ ‘자연 소재의 통찰’이란 주제를 제시한다. 또한 유씨는 개인적으로 소장해 왔던 고려와 조선 시대 예술품들을 함께 전시, 그의 작품 세계의 정신적 바탕인 ‘한국 전통의 힘’을 국제적 전시 공간에서 더 많이 알리기 위해 힘쓰고 있다.
그의 성공은 치열한 프로정신에서 비롯됐다. “프로로서 실력을 인정 받으면 국적이나 차별은 사라진다.” 유씨가 후배들에게 들려주고 싶어하는 말이다.
자신의 제도(製圖) 작업에 대해 유씨는 “종이 위에 그려진 선들은 내 핏줄 속을 흐르는 따뜻한 피”라며 “나는 이 선들이 직접적으로 내 심장의 고동에 의존해 살아있는 그 무엇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해 왔다. 그는 “조선의 예술은 물론이고 일본의 다도(茶道)나 서예의 정신문화는 색을 쓰지 않는 유현(幽玄)의 세계”라며 동양적 전통의 영향을 항상 강조한다.
유씨의 대표작으로는 반 지하 건물의 지붕 위에 정원을 꾸민 것으로 유명한 도쿄의 ‘아시야의 집’을 비롯해 대나무와 철을 이용해 벚나무와의 묘한 조화를 이룬 ‘토쿄 오피스’, 홋카이도의 ‘터치 오브 스톤’, 한국 온양의 ‘흙미술관’, 제주도의 ‘핑크스 골프 클럽 하우스’ ‘포도호텔’ 등이 꼽힌다. 특히 지난해 작품인 ‘포도호텔’은 제주 앞바다의 넘실대는 물결과 한라산의 능선, 제주도의 초가 등을 동시에 연상케 하는 은빛 지붕으로 유명하다. 유씨는 화가로도 활동하면서 단색으로 구성된 추상미가 특징인 회화를 주로 발표해 왔다.
(파리=박해현특파원 hhpark@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