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한국시각) 계속된 투르 드 프랑스(프랑스 도로일주 사이클대회)에서 오른쪽 쇄골이 부러지는 부상을 딛고 16구간 레이스 1위로 골인한 미국의 타일러 해밀턴이 역주하고 있다.

시상대 맨 위에 선 타일러 해밀턴(Tyler Hamilton·32)은 왼팔만을 올렸다.

처음으로 프랑스 도로일주 사이클대회(투르 드 프랑스) 구간 1위를 했으니 양팔을 번쩍 치켜들고 환호할 법했지만 그러지 못했다. 오른쪽 쇄골이 부러진 상태여서 제대로 오른팔을 쓸 수 없었기 때문. 해밀턴은 7일(이하 한국시각) 대회 첫 구간에서 결승점을 눈앞에 두고 벌어진 대형 충돌 사고 탓에 오른쪽 쇄골이 부러져 두 부분으로 어긋나는 중상을 입었다. 83위로 간신히 결승점을 통과했을 뿐, 레이스를 계속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해 보였다. 잠을 이루지 못할 만큼 통증이 심했다. 언제쯤 대회를 포기할지 여부가 오히려 관심사였다. 하지만 해밀턴은 “온몸이 부서지는 한이 있더라도 끝까지 완주하겠다”며 투지를 불태웠다. 결국 24일 열린 16구간(전체20구간)에서 ‘인간 정신’의 위대함을 보여줬다. 그는 이날 197.5㎞구간서 4시간 59분41초의 기록으로 맨 먼저 골인했다. 부러진 뼈를 고정하기 위해 오른쪽 어깨에 붕대를 친친 동여매고 나온 해밀턴은 극심한 고통으로 얼굴을 일그러뜨리면서도 중반 이후 과감히 치고 나가는 승부수를 띄운 뒤 단독질주를 거듭, 2위 에릭 자벨(독일)보다 1분55초나 앞서며 승리의 달콤함을 맛봤다. 종합 순위에서도 미국의 랜스 암스트롱(70시간37분59초)에 6분35초 뒤진 6위로 뛰어올랐다.

현지에선 해밀턴이 고환암을 이겨내고 종합 선두를 달리고 있는 암스트롱에 못지않은 감동을 안겨 주었다며 극찬하는 분위기. 일약 ‘영웅’으로 떠오른 해밀턴은 “믿을 수 없는 승리다. 닷새 전까지는 너무 피곤해서 점점 뒤처질 것으로 생각했다”며 기뻐했다. 암스트롱 역시 “이번 대회 최고의 날”이라며 축하했다. 해밀턴(1m72·65㎏)은 1995년 프로에 데뷔했으며, 1996년부터 2001년까지는 US 포스털 서비스(Postal Service)팀서 암스트롱과 한솥밥을 먹은 사이. 대회 전 암스트롱의 5연속 패권을 막을 후보 중 한 명으로 꼽히기도 했다. 지금은 덴마크 CSC(Computer Science Corporation)팀 소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