돤칭보 진시황릉 고고대 대장은 진시황릉을 발굴할 때마다 예상치 못한 유물이 나와 ‘과연 진시황이다!’라고 탄복하게 된다고 말했다. /김창종기자 cjkim@chosun.com <br><a href=http://photo.chosun.com/html/2003/07/23/200307230045.html>▶ 포토조선 사진뉴스 보기<

갑옷을 걸쳐 입고 금방이라도 지하에서 걸어나올 것 같은 병마용…. 이런 유물을 보면 눈이 반짝인다는 두안칭보 (段淸波·40) 중국 진시황릉 고고대 대장은 숨겨진 역사의 보고(寶庫)인 진시황릉의 지하제국을 캐내고 있는 ‘고고학 광부’다.

지난 98년부터 진시황릉의 발굴을 책임지고 있는 그는 ‘진시황 미공개 유물 특별전’(COEX·7월 10일~10월 26일)을 위해 한국을 찾았다. 사마천의 사기(史記) 등 역사책 속의 이야기로만 전해오던 진시황릉이 사람들 앞에 모습을 드러낸 건 1974년 중국 산시성(陝西省) 여산 기슭에서 병마용 1호갱이 발굴되면서부터.

돤 대장은 발굴 책임을 맡은 이후 지난 5년간 20여개의 새로운 갱을 발견했고 행정관격인 문관용과 궁정광대로 추정되는 백희(百 )용 등을 발굴해 진시황릉 이해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을 듣고 있다. 지난 99년 그가 쓴 ‘진시황릉 능원 고고발굴 보고’는 중국 고고학 신문 ‘중국 문물보’에서 20세기 최고 보고서 중 하나로 선정됐다.

“진시황은 지난 2200여년간 중국 역사를 이해하는 데 결정적인 인물입니다. 중국 최초로 통일을 이뤘을 뿐만 아니라 법률·배장(陪葬)형식 등 모든 제도와 틀이 진(秦)나라를 기반으로 이뤄졌죠.” 한마디로 중국을 이해하는 열쇠의 하나가 진시황이란 주장이다. 그는 “진시황릉에서 지금까지 발굴이 조금이라도 이루어진 갱은 50개가 채 되지 않는다”면서 “정확한 규모가 얼마인지 언제쯤 발굴이 끝날지는 예측할 수 없다”고 말했다.

돤 대장에게 발굴작업은 천직인 것 같지만 젊은 시절에는 진로 문제로 고민했다고 한다. “80년대는 시장경제가 열리고 천안문 사태 등 정신적인 자극이 많던 시기입니다. 서북대 역사학과에서 고고학을 함께 했던 친구들 중 일부는 다른 일자리를 찾아 떠났고 저도 장사나 해볼까 고민도 많이 했죠.”

하지만 길지 않은 방황끝에 과거 역사를 만난다는 즐거움에 빠져들어 필생의 업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서른에 딸 아이가 태어났어요. 정신차리고 ‘이립(而立·인생관이 서다)하자’고 결심했죠. 90년대 들어서는 중국 정부가 역사유물 특별관광구역을 조성하는 등 문화유산에 대한 지원을 늘리자 ‘이제는 해볼만하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진시황릉을 맡기 전에는 전국시대부터 당나라 시대의 유물을 발굴하는 현장에서 경험들을 쌓았다.

주중에는 비록 가족들과 떨어져 발굴대와 함께 지내지만 진시황릉을 발굴하는 스릴에 빠져 산다고 한다. 대학에서 배운 것과 체험 등을 깔고서 ‘이 쯤에는 이런 유물들이 묻혀있을 것이다’고 예측해도 번번이 예상을 뒤엎는 결과가 나온다는 것이다. “그런 걸 볼 때마다 ‘역시 진시황이다!’하고 탄복합니다.”

그는 자신이 발굴한 돌갑옷 같은 경우 1개를 만드는 데도 솜씨 좋은 장인이 1년 넘게 걸려야 만들 정도의 정교함을 갖추고 있다면서 “이런 것이 수천개가 발굴됐으니 진시황이 자신의 무덤에 쏟은 정성을 가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체 역사 속에서 진시황릉 지하제국의 의미를 규명해보고 싶다는 그는 재정적 지원이 된다면 생물학·물리학·화학 등 다양한 분야 전공자들과 유물을 연구하는 게 바람이라고 했다.

황실의 유물을 캐내는 그에게 ‘피라미드의 저주’ 같은 것을 믿느냐고 물었다. “ ‘사기’를 쓴 사마천에 따르면 진시황은 무덤을 파내거나 접근하는 자가 있으면 바로 쏘도록 하기 위해 자동으로 발사되는 활을 장인에게 만들도록 했다고 합니다. 그것은 믿어요. 하지만 2000년이 넘게 지났으니 지금쯤은 화살이 썩지 않았겠어요?(웃음)”

이번에 전시되는 진시황 유물 감상법을 물어봤다. “진시황은 병마용을 예술품으로 만든 게 아닙니다. 자신을 지켜줄 군사를 만든거지요. 병마용의 사실적인 모습과 거대함을 감상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전체 군진 속에서 어떤 역할을 담당한 병사인지 진시황이 무슨 생각으로 이걸 만들었는지 생각해보면 흥미로울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