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민주당은 지난 18일 국민연금 급여수준을 가입 기간 중 평균소득의 60% 수준에서 55% 수준으로 낮추기로 했다.
이에 대한 국민 시각은 두 가지로 나오고 있다. 하나는 '국민이 봉이냐'는 시각이다. 공무원·군인·사학연금 가입자의 연금급여는 지난 연말 10~15% 올려주더니 왜 일반 국민이 가입한 국민연금은 깎느냐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또 땜질식 처방'이냐는 시각으로 국민연금 재정의 심각성에 비추어볼 때 이 정도의 제도 개선으로는 턱도 없다는 것이다. 이 두 가지 시각은 일견 서로 상반되어 보이지만 실은 몇 가지 점에서 동일한 출발점에서 제기되는 비판이다.
첫째, 국민연금에 대한 불신이다. 많은 사람들은 국민연금이 자신의 노후소득보장을 해줄 것으로 믿지 않고 있으며, 자기 봉급에서 꼬박꼬박 떼이는 국민연금 기금이 잘못 운용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둘째, 공적연금 관련 제도간 형평성도 문제다. 공무원연금 등 특수직역(職役) 연금은 국민연금에 비해 연금급여 수준이 2배 정도 높다. 그 결과 군인연금은 1977년에, 공무원 연금은 2001년에 사실상 적립기금이 고갈된 상태에서 운영되고 있다. 게다가 추가적인 적자분은 전액 국민세금으로 보전해주고 있다.

이런 와중에서 작년 말에는 공무원 등의 연금 급여를 2년 전까지 소급, 대폭 인상하였다. 공무원·군인 등은 최고 소득 계층은 아니지만 그래도 상층부에 속한다. 이들에게는 일반 국민보다 2배 수준의 연금을 보장하고 적자분은 국민이 부담한다. 누가 수긍할 수 있겠는가?

셋째, 정부의 잘못된 공적연금 정책 방향이다. 그동안 정부는 국민연금이 민영보험보다 몇 배 더 유리한 투자 수단임을 ‘노(老)테크’라는 신종용어까지 만들어가면서 선전해왔다. 그처럼 유리한 ‘노테크’ 수단이라고 홍보하다가 지금에 와서 연금급여 삭감이라니 웬말인가. 자가당착적인 잘못된 논리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이제 사실을 말해보자. 국민연금이 심각한 재정위기에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진실이다.
물론 기금이 고갈돼도 정부 예산으로 연금을 지급할 수는 있다. 그러나 이미 수십 년 전부터 연금을 잘 운영한 서구 선진국의 경우를 보더라도, 이들 국가는 최근에야 연금개혁 작업에 돌입한 상태다. 각 국가의 노령인구가 늘어나면서 젊은 사람들이 부양해야 할 노인인구가 갑작스럽게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프랑스는 최근 노조의 반대를 무릅쓰고 그 어렵다던 연금개혁을 용기있게 단행했다.

우리 국민연금도 앞으로 현행대로 연금수준을 유지하자면 보험료를 현재의 9%에서 최소 24%대까지 상향 조정해야 한다.
문제는 미래세대의 부담이다. 우리의 미래세대(2020년대 이후)는 연금보험료 부담 외에도 건강보험료(10%), 고용보험료(2%), 퇴직금부담금(8.3%) 등 소득의 40%에 육박하는 사회보험료 부담을 안게 된다. 현 세대가 잘못 설계한 '고급여·저부담'의 국민연금을 통해 미래세대에 엄청난 연금부채를 떠넘긴 결과인 것이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중 인구 고령화 속도가 가장 빠른 우리나라의 경우, 더 이상 연금개혁을 미룰 수는 없다. 그러나 정부가 하는 식대로는 안 된다. 이제 국민들이 국민연금의 진실을 제대로 알게 해야 하며, 국민들이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따라서 임기응변식 처방이 아니라 근본적인 큰 틀의 제도개혁이 필요하며, 이는 국민연금만이 아닌 공무원·군인·사학연금 등 4대 연금을 포함하는 개혁이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국민 모두가 현 세대만이 아닌 미래 세대도 함께 공유할 수 있는 국민연금이 될 수 있도록 대승적 차원의 합의가 필요하다.

(김용하·순천향대 금융보험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