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자재에서 나오는 각종 유해가스로 오염된 아파트 실내< 본지 21일자 A9면 >를 쾌적한 생활 공
간으로 쉽게 바꿀 수 있는 방안은 없을까?
전문가들은 먼저 잦은 환기를 권유한다. 요즘 아파트들은 단열뿐만 아니라 방음 기술까지 가미
돼 외부 공기와의 접촉이 거의 단절된 상태이다. 따라서 창문을 열어 실내 공기를 자주 교환하
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주문이다.
이와 함께 실내 공기 가열 방법(bakeout) 방안도 내놓고 있다. 이는 난방기구를 통해 실내 온도
를 높여서 가구, 바닥, 벽지 등 깊숙이 묻어있는 각종 오염 물질을 빼내는 방식이다. 그러나 이
방안은 포름알데히드(HCHO)의 경우는 작업 전후 배출량에 큰 차이가 없어 그 효과가 제한적이다.
또 광촉매물질을 사용할 수도 있다. 이 물질을 건자재에 바르면 오염물질을 분해해 뽑아낼 수 있
다. 그러나 이 방식은 자외선이 필요해 아파트의 입지가 햇빛이 들지 않을 경우 그 효과가 떨어
진다고 윤동원(尹東源·45) 경원대 교수는 말했다.
벽지나 바닥재, 가구 등을 바꿔 실내 공기질을 향상시킬 수도 있다. 지금 사용 중인 건자재보다
친환경소재를 택해 시공하면 된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벽지, 페인트 등 친환경소재가 적지 않게
나와 있다. 실제로 지난 5월 신축아파트에 입주한 한광도(韓光度·53·경기도 군포시 당동)씨는 새
로 지은 아파트에서 나오는 휘발유 냄새 등으로 두통이 악화됐으나 벽지와 바닥재를 교체한 이
후 통증이 70% 이상 줄었다고 말했다.
다만 그 가격이 일반 건자재에 비해 30% 내외 비싸다는 단점이 있다. 또 실내 공기의 오염이 벽
지나 바닥재가 아닐 수도 있어 관련 전문가와의 상담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들 방안들은 모두 아파트의 시공이 끝난 뒤 취해지는 임시방편적인 수단일 뿐이다. 보
통 30평 아파트의 경우 사용되는 화학 접착제만 30㎏에 이르러 이런 변통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각종 건자재에서 나오는 휘발성유기화합물(VOCs)·포름알데히드(HCHO) 등 화학물질은
300여종에 이른다는 추산이다.
외국에서는 지난 1980년대부터 건자재에서 뿜어져 나오는 유해물질로 인한 질환을 빌딩증후군
(sick building syndrome)으로 규정해 본격적인 대응을 해오고 있다. 영국과 미국에서는 오염물
질 배출원인 건자재에 대한 인증제도를 도입해 유해물질 배출량이 큰 자재의 사용을 억제하고 있
다. 일본은 VOCs의 일종인 톨루엔·자일렌과 HCHO를 유해 화학물질로, 목재보존재·방충제 등을 유
해 화학약품으로 정해 관리하고 있으며 HCHO의 방출량 정도에 따라 바닥목재와 합판재의 등급을
구분하고 있기도 하다.
윤 교수는 "쾌적한 생활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현 실태에 대한 철저한 연구와 친환경적인
소재 개발에 대한 투자가 꾸준히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