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 <a href=http://db.chosun.com/man/>[조선일보 인물 DB]<

영국 무기전문가 데이비드 켈리(57) 박사의 의문사 사건과 관련, 사임 압력을 받고 있는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가 일본에 이어 한국에서도 ‘궁지’에 몰렸다.

20일 서울을 방문, 노무현(盧武鉉)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진 블레어 총리는 정상회담에 이어진 공동 기자회견에서 수행한 영국 기자로부터 이 질문을 받았다. 양국에서 2명씩이 양국 정상에게 1명씩 교차로 질문하는 정상회담 공동 기자회견의 관례대로 영국측 질문자 2명 중 1명으로 선정된 영국 민영방송 ITN의 니콜라스 로빈슨 기자는 당초 노 대통령에게 질문하기로 약속돼 있었다.
로빈슨 기자는 그러나 "노 대통령이 아니라 블레어 총리에게 질문을 하겠다"면서 "켈리 박사 사망사건과 관련한 진상규명 필요성에 대한 총리의 생각은 어떤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갑작스러운 질문에 블레어 총리는 약간 당황한 모습이었고, 자기에게 질문이 올 줄 알았던 노 대통령도 황당한 듯 웃음만 지었다.

블레어 총리는 “어제 (일본에서) 제가 말씀드린 것처럼 존중과 자제의 자세를 가져줄 것을 부탁한다”면서 “적절한 절차를 통해 독립적 기관이 진상을 규명하고 그 사실을 바탕으로 판단내리고 그 판단이 일반에 공개된 이후 말씀드릴 수 있겠다”고 원칙적 답변만 했다.

답변 후 사회를 맡은 청와대 이해성(李海成) 홍보수석은 “노 대통령에게 할 질문은 없느냐”고 물었으나 ITN 기자는 “없다”고 말한 뒤 마이크를 놓았다.

19일 일·영 정상회담 후 기자회견에서도 영국 기자들은 "켈리의 불행에 책임지고 사임할 의사가 있느냐"고 물었고 블레어 총리는 몇 초간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회견장을 떠났다.
영국 총리실 대변인은 이틀째 이런 일이 이어지자 해당 기자에게 해명을 요구했고, 이 기자는 "질문자로 선정된 것을 알고 영국 본사에서 그 질문을 꼭 하라는 지시가 있었다"고 해명했다고 한다.

기자회견 자체가 모양이 이상하게 끝나자 이해성 홍보수석은 영국측에 항의했고, 영국 총리실 공보관 존 쉴드는 “영국 미디어가 그런 식으로 한 데 대해 사과한다”는 자필 사과문을 보냈다. 블레어 총리도 회견에 이어진 만찬에서 직접 노 대통령에게 이와 관련된 영국 내 상황을 설명하고 영국 기자의 갑작스러운 질문에 유감의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한국측 질문자로 나선 기자 2명도, 노 대통령에게 21일로 예정된 정치자금 관련 특별기자회견 내용을 묻는가 하면, 블레어 총리에게 한국어 질문 후 통역하는 관례에 따르지 않고 영어로 질문하는 등 회견 전체가 매끄럽지 않은 상황에서 진행됐다. 노 대통령은 정치자금 관련 질문에 “야구할 때는 야구, 축구할 때는 축구 얘기만 하자”고 피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