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조제 공사를 일단 멈추라는 법원 결정 이후 새만금을 둘러싼 혼돈이 더욱 어지러워지고 있다. 전북지역 단체들은 「정권퇴진 운동」까지 거론하며 가을 전국체전을 반납하겠다고 나섰다. 전북 부안군은 원자력폐기물 처분장 유치신청을 다시 생각해보겠다는 말까지 들고 나오고 있다. 이 와중에 주무장관인 김영진(金泳鎭) 농림부장관은 사표를 내던지고 잠적하기도 했다. 책임있는 행동인지 무책임한 행동인지 알쏭달쏭한 처신이지만 혼란 가중에 일조를 한 것만은 사실이다.
전북도민이나 농림부의 이런 움직임은 12년을 진행시켜온 국책사업이 법원 결정으로 허사가 되는 게 아니냐는 조바심에서였을 것이다. 하지만 냉정하게 보면 재판은 아직 본안 소송이 진행 중이고 상급심도 남아있다. 농림부나 전북도는 감정적인 대응보다는 재판정에서의 합리적 논전(論戰)으로 문제를 풀겠다는 자세를 보여줘야 한다. 『농림부는 증인을 한 명도 내세우지 않았고 제출자료도 부실했다』는 재판부의 지적을 부끄러워해야 한다.
재판은 앞으로도 계속되겠지만 새만금의 혼돈 상황이 정리되려면 무엇보다 정부가 구체적인 개발안(案)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여러 차례 「공사는 계속하되 용도는 재검토한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그러나 정부가 뭘 생각하는지는 여전히 모호하다. 『갯벌도 살리면서…』라는 발언이 겹치면서 전북도의 주장처럼 산업단지를 포함한 복합개발을 하겠다는 것인지, 환경단체에서 주장하는 「부분개발」을 받아들여 갯벌은 보전하겠다는 것인지 종잡을 수가 없다.
정부 여당은 「새만금 특위」를 가동시켜 내년 말까지 개발계획을 내놓겠다고 하지만 그렇게 여유를 부릴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정부가 사업주체로서 뚜렷한 개발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새만금 논쟁은 발 디딜 곳을 찾지 못해 겉돌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확실한 대안(代案)을 내놓으면 재판부의 판단에도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