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프랑스 파리 드골 공항에서였다. 인도행 탑승수속을 밟기 위해 유럽 모 국가 국적항공사의 창구 앞에 섰다. 그런데 직원은 전화기를 붙들고 놓을 줄 몰랐다. 창구 앞 고객에게는 눈길 한 번 돌리지 않았다. 내 앞에 섰던 동료가 ‘좀 빨리 하라’는 사인을 보냈지만 ‘기다리라’는 고함을 들을 수 있을 뿐이었다. 그러기를 30여분.

전화 통화를 끝낸 직원은 탑승수속 시간이 마감됐다며 자리에서 일어서 버리는 것이 아닌가. 어안이 벙벙했다. 옆 창구에서 나보다 늦게 수속절차를 시작했던 동료들은 이미 탑승구로 들어가고 있었다. 내 뒤로도 20여명의 승객들이 비행기를 못 타게 돼 항의 반 애원 반의 호소를 했다. 그러나 이 외국 항공사 직원의 태도는 안하무인격이었다. 비행기를 타지 못한 데 대해 규정상의 보상만 해주면 된다는 식이었다.

게다가 그 비행기는 예약도 많이 초과된 상태였다. 사전에 두세 번씩 예약 확인까지 해 놓았는데도 비행기를 탈 수가 없어 공연히 하루를 더 머물 수밖에 없었다. 여행일정은 엉망이 돼 버렸다. 그런데도 정중하게 사과를 해도 모자랄 항공사 직원은 오히려 ‘보상해 주면 될 것 아니냐’는 식으로 큰소리를 쳐대니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그 항공사가 국영인 데다 강성노조가 버티고 있어 업무 태만이나 과실에 대한 책임의식이 희박해졌다는 현지인들의 설명이었다.

우리는 유럽 여행을 떠날 때 서구식 에티켓을 교육받는다. 그래서 여행 중 내가 잘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공연한 조바심을 갖기도 한다. 그러나 유럽이라고 해서 그들의 생활방식이나 타인에 대한 태도가 인간주의적인 보편적 기준을 충분히 만족시킨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 항공사 직원의 태도는 하나의 예에 불과할 수도 있다.

우리는 그동안 ‘어글리 코리안’이 되지 않는 법을 충분히 교육받고 학습했다. 해외에서 여전히 한국인의 치욕을 보여주는 사람들이 없지는 않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인종적 차별과 어이없는 부당한 대우에 맞닥뜨리게 된다. 여기에 어떻게 현명하고 정당하게 대처할 것인지를 가르치는 시민교육도 필요하다고 본다. 상대를 배려하되 스스로 자신의 가치도 지킬 줄 아는 것이 진정한 세계인의 자세일 것이다.

(조영복 광운대 국문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