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가 고우영(64)씨가 수호지 완결에 도전한다. 1973년과 2000년, 두 차례에 걸쳐 신문에 연재했지만 모두 도중하차하며 끝을 맺지 못했던 중국 고전 소설의 만화화 작업을 이번에는 끝을 본다는 각오다.
"중국 3대 기서인 삼국지·수호지·서유기 가운데 수호지는 가장 먼저 작품화됐지만 지금까지 끝내지 못한 유일한 작품이 되고 말았습니다."
고씨는 신문이 아닌 단행본 시리즈로 끝을 낼 계획. 모두 22권으로, 자음과 모음 출판사에서 최근 전반부 10권이 나왔다. 고씨는 "이미 20권까지 내용을 다 그려놓았다"며 "이르면 이달 중에 모두 완간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수호지가 처음으로 독자를 만났던 때는 30년 전인 197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서른넷 팔팔한 젊은 시절에 만난 수호지는 제 가슴을 흔들었습니다. 송나라 휘종 치하의 썩어버린 세상에서 신음하는 민초의 고통과 영웅호걸들의 분연히 떨치고 일어나는 모습을 보며 유신 치하의 엄혹한 시대를 그 속에서 풍자하고 싶었거든요.”
연재는 계속되지 못했다. 수호지에서 급시우 송강과 권력다툼을 벌이는 옥기린 노준의의 등장 직전에 붓을 놓았다. 전체 내용의 3분의 1을 남기고 끝낸 아쉬운 연재였다. 그후 30년 만에 새로 나온 ‘고우영 수호지’에서 독자는 ‘고우영’이라는 관형사가 보증하는 해학과 풍자에 여전히 마취된다. 그러나 30년 시간이 가져온 변화도 있다.
“30대 초반에 본 세상과, 자식들을 시집 장가 보낸 60대 남자가 보는 세상이 같을 수 없다”고 했다. 수호지에는 영웅의 무용담 못지않게 수많은 죽음들이 등장한다. 그는 “전에는 수호지를 체제에 대한 저항의 코드로만 읽고 악당에 대한 피의 복수를 통쾌하게 그렸는데 지금은 등장 인물들의 삶에는 애정을, 죽음에는 연민을 느낀다”고 했다. 자신을 죽이려 한 장씨 집안 16명을 도륙한 뒤 무송이 “모두가 짜고 나를 속인 행위에 참을 수가 없어 복수했지만 지금은 그 사람들의 명복을 진심으로 빈다”(고우영 수호지 10권 60쪽)고 뉘우치는 장면은 원전은 물론, 30년 전 만화 수호지에도 없던 내용이다.
새로 탄생하는 ‘고우영 수호지’에는 ‘힙합’ ‘신창원’ ‘구조조정’ ‘골프접대’ ‘몸통과 깃털’ 같은 용어들이 등장하며 2000년대를 사는 우리 사회의 초상화가 그려지고 있다. 고씨는 “고전을 만화화하는 내 작업은 결국 현재 우리의 모습을 보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