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5가지에 모두 해당하면 당신은 윤도현밴드의 100점짜리 팬. ①‘사랑Two’가 몇 번째 음반에 있는지 안다 ②‘왕관 쓴 바보’란 곡을 따라 부를 수 있다 ③영화 ‘정글 스토리’를 봤다 ④뮤지컬 ‘개똥이’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하드락 카페’ 중 하나 이상을 봤다 ⑤유병렬이란 기타리스트를 안다.

23일 발표할 새 음반을 녹음 중인 윤도현밴드를 만났다. 2001년 7월 5집 ‘도시인’에 이은 6집이다.

윤도현(31·보컬)·박태희(34·베이스)·김진원(33·드럼)·허준(29·기타)으로 구성된 윤도현밴드는 이번 음반에서 장쾌한 헤비메탈 밴드로 변신했다. 몇몇 곡에서는 국내 메탈 그룹 ‘크래쉬’를 능가하는 스래시메탈(Thrash Metal·빠르고 과격한 사운드와 보컬을 내세운 메탈)을 선보인다. 한편 국내 최고 힙합 듀오 드렁큰타이거와 윤도현이 5집 수록곡 ‘박하사탕’을 랩으로 리메이크했다.

“월드컵과 여중생 추모 집회를 계기로 갑자기 유명해졌고, 음악하는 데 영향을 주는 걸 느껴요. 우린 옛날로 돌아가고 싶어요. 강한 음악, 자유에 대한 갈망이 녹아있는 음악을 해보고 싶었습니다.”(윤도현)

‘오, 필승 코리아’로 대표되는 윤도현밴드의 ‘월드컵 이미지’는 이들을 일약 ‘국민밴드’로 격상시켰지만, 정작 이들의 음악 중에선 ‘사랑Two’와 ‘너를 보내고’ 같은 록 발라드만 널리 알렸다. 두 곡 모두 9년 전 발표한 1집에 담긴 곡이다.

윤도현밴드는 애칭 ‘윤밴’을 아예 전면에 내세워 밴드 이름도 ‘YoonBand’라고 표기했다. 네 명 중 두드러지게 인기 높은 윤도현 대신 ‘밴드’를 강조하겠다는 것이다.

“월드컵 인기엔 확실히 ‘거품’이 있어요. 처음 밴드 시작하던 때에 대한 생각을 간직하고 음반을 만들었습니다.”(김진원)

총 13곡 중에서 녹음이 끝난 8곡을 들어보았다. 단연 돋보이는 것은 허준의 기타다. 재즈 기타리스트 출신의 허준은 이제 완벽하게 ‘윤밴’의 음색에 녹아들었다. 유병렬 시대를 연상케 하는 화려한 플레이, ‘꽃잎’에서 메탈과 어쿠스틱 기타를 더빙한 부분에서는 감탄사가 튀어나온다.

윤도현 역시 폭발적인 성량을 마음껏 자랑한다.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에서 세종문화회관을 들었다 놓았다 했던 그의 호탕한 록 보컬은 ‘꽃잎’, ‘죽든지 말든지’ 같은 메탈 곡에서 고압전류처럼 번쩍인다. ‘너를 보내고’에 질려 있던 오리지널 팬들에겐 폭포수 같은 음악 선물이다.

재간꾼인 박태희의 베이스와 파워 드러머 김진원의 연주도 음악 전반을 든든히 받치면서 앨범의 완성도를 높였다. ‘YB 스토리’는 멤버 4명의 사연을 풀어놓은 곡. 힙합 리듬에 랩과 노래를 섞은 곡으로 ‘싸구려 빽판을 들으며 꿈을 키웠’던 윤도현, ‘부모님 슬하에서 과일 배달’을 했던 김진원, ‘경북 왜관 초가집’ 출신의 허준, ‘룸살롱에서 양주 들고 이방저방’ 돌며 웨이터를 했던 박태희의 사연이 담겼다. 영화 ‘정글 스토리’의 배고픈 로커 분위기가 물씬하다.

미선·효순이를 추모한 곡 ‘꽃잎’이나 ‘왕관 쓴 바보’의 독설을 떠올리게 하는 ‘죽든지 말든지’는 아마도 방송을 타기 어려울 것 같다. ‘사랑Two’로 ‘윤밴’을 알게 된 팬들에겐 무난한 록 ‘사랑할거야’가 반가울 듯.

“우리를 정치적 아이콘으로 보는 시각은 너무 부담스러워요. 우리가 무슨 선거운동 한 것도 아니고… 그렇지만 쓰고 싶은 가사, 하고 싶은 음악을 참을 필요도 없잖아요. 우리는 오래 전부터 이런 음악을 해왔습니다.” 새 노래들은 23일부터 8월 10일까지 건국대 새천년관에서 열리는 공연(1544-1555)에서도 들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