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당인 민주당에 돈이 없다. 활동비가 없어 각 부서가 손가락을 빨고 있고, 당사를 줄인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이상한 건 마음만 먹으면 돈이 들어올 곳이 있는데도 매달 ‘적자 재정’을 꾸리는 등 내핍 생활을 계속하고 있다. 그래서 “신주류가 신당을 창당한 뒤 돈을 끌어모으기 위한 전략”이라는 묘한 정치적 해석까지 나온다.
◆ 쪼들리는 민주당 살림
민주당의 한 고위관계자는 최근 사석에서 “이번달에도 또 10억원 가까이 돈이 부족하다. 매달 경상비만 15억원이 필요한데 당에는 7억원밖에 없다. 다른 활동비로 좀 쓰려면 10억을 메워야 한다”고 했다. 민주당의 이런 어려운 재정 사정이 몇 달째 계속되고 있다.
민주당은 지구당 지원비(지구당별로 매달 250만~450만원), 당사 임대비, 인건비 등 최소한의 경상비만으로 한 달에 15억원 가까운 돈이 필요하다. 그러나 민주당의 올해 수입은 한 달 평균 9억원 정도의 국고보조금뿐이다. 그러다 보니 만성적인 돈가뭄 현상이 나타나고 정당 활동 자체도 크게 위축되고 있다.
대변인실만 해도 몇년 전엔 한 달에 3000만원 가량의 예산을 썼는데 요즘은 1000만원 수준으로 뚝 떨어졌다. 각 지구당 조직을 점검해야 하는 조직국이 지방 출장비를 타 쓴 지가 오래 됐고, 매달 두세 차례 나오던 당보(黨報)도 두어 달째 발행이 중지된 상태다. 당내 사정이 복잡한 탓도 있지만 경상비 외에 다른 활동비를 지급할 여력이 없는 것이다.
15억원 가량인 당사 임대 보증금도 3억원 가까운 월 임대료를 몇 차례 못 내면서 거의 다 까먹은 상태다. 현재 11층 전체를 빌려쓰고 있는 당사를 6층까지 줄여쓰는 방안을 놓고 건물주와 협상이 진행 중이다.
집권당이 이렇게 ‘초라한 살림’을 하는 것은 올 들어 중앙당 후원회를 한 차례도 안 했기 때문이다. 선거가 없는 해 당 후원금 상한이 300억원이고 집권당은 이 한도까지 충분히 모금이 가능해 후원회만 하면 당장 민주당은 충족하게 돈을 쓸 수 있다. 그런데도 당초 3월쯤 있었어야 할 당 후원회를 아직도 열지 않은 채 돈 걱정만 하고 있다. 남궁석(南宮晳) 당 후원회장은 “당 내분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염치가 있지 어떻게 후원회를 여느냐. 당내가 정리된 후 후원회를 하기 위해 미루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당 구주류들은 다른 해석을 내놓고 있다. 한 의원은 “당 후원회를 해서 300억원을 거둬놓고 분당(分黨)을 하면 그 돈이 고스란히 구주류 몫이 되고, 신당을 만든 후 또 돈을 모금하기 힘드니까 일부러 미루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민주당’에 재산을 남겨 ‘남 좋은 일’을 시키지 않기 위해 신주류측이 일부러 정치자금을 걷지 않고 민주당의 금고를 텅텅비게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 창당 비용 어떻게 마련하나
민주당 전체가 동의하는 신당이 탄생할 경우엔 별 문제없지만, 만일 신주류 일부가 탈당하는 신당이 탄생할 경우 천문학적인 창당비용을 어떻게 마련하느냐가 신당파의 고민 중 하나다. 1분기에 27억원 가량인 민주당 몫 국고 보조금은 당에 남는 구주류 몫이 되고 신주류는 맨주먹으로 당을 꾸려야 하기 때문이다.
창당 비용이 얼마나 드느냐에 대해선 신·구주류 간 의견이 갈린다. 2000년 새천년민주당 창당에 간여했던 한 의원은 “지구당 창당비용만 50억원, 중앙당 창당대회 10억원, 당사 마련하는 데 20억원 등이 최소한 든다”면서 “줄잡아 50억원은 있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반면 신주류측은 “국민동원신당이 아니라 국민참여신당 방식으로 하면 돈 들일이 별로 없다”고 말한다. 10만~20만원씩 일당을 주고 사람들을 부르는 대신 자발적인 참여 인원으로 행사를 가지면 장소 임대비밖에 비용이 들 일이 없고 당사도 한 층 내지 두 층만 쓰면 당사 임대보증금도 3억~4억원이면 된다는 것이다.
신주류측은 일단 핵심 의원 20여명이 1인당 1000만~2000만원씩을 거둬 3억~4억원의 ‘창당비용’을 만들고 있는 중이다. 구주류와 협상이 끝내 결렬되면 10여명이 탈당해 한나라당 탈당파(5명), 개혁당(2명) 의원과 원내교섭단체(20명)를 구성하면 9월에 3분기 국고 보조금을 12억원 가량 받을 수 있는 권리가 생긴다. 창당 준비위 까지만 구성하면 후원회를 열 수도 있다. 신당모임의 이재정(李在禎) 총무위원장은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잡지 않았지만 돈이 있는 범위 내에서 검소한 규모의 창당준비를 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