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인사보좌관이 엊그제 민주화 운동가들을 공기업 임원 인사 때 후보로 올려 검토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것은 민주화 운동의 명예와 관련해 걸리는 대목이 없지 않다.

인사보좌관은 이미 300명의 이력서가 청와대에 들어와 있고, 이들 중 업무능력이 부족하거나 건강이 나쁜 사람들은 공기업 구내 매점이나 주차장 관리 등을 할 수 있도록 배려해줄 것을 요청할 생각이라고 했다. 민주화 운동가들 중 취업이나 사회 적응의 기회를 놓친 데다 투옥·고문 등으로 건강까지 해쳐 생활이 어려운 사람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이들의 곤궁한 사정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민주화 운동 경력자들에 대해선 민주화운동보상법에 따라 현금으로 이미 보상이 이뤄진 바 있다. 보상이 이뤄진 것이 그렇게 오래 되지도 않았다. 그런데도 또 민주화 운동이라는 이력에 금전적인 혜택을 보탠다면 국민들 눈에는 더 이상 정당한 보상이 아닌 ‘특혜’로 비칠 수밖에 없다. 결국 그것은 민주화 운동과 그 길을 걸어온 사람들이 가장 소중히 여기는 명예를 다치게 하는 일이 될지도 모른다.

형평성도 문제다. 그렇지 않아도 참전용사 등 다른 국가유공자들은 민주화운동의 보상 수준에 대해 소외감과 불만을 갖고 있다. 공기업 임원 자리는 물론이고 구내 매점 운영권 등은 생계가 어려운 수많은 일반 국민들에겐 ‘이권’이다. 이들 국민의 눈에 청와대가 민주화 운동가 들에게 이런 이권을 알선하는 것이 어떻게 비칠지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민주화 운동에 참여했던 인사들 중 ‘독재에 반대해 싸운 것을 금전으로 보상받아야 하는지’를 놓고 고민하는 사람들이 있었던 것은 그들의 생활이 윤택해서가 아니라 명예와 원칙의 문제 때문이었다.

과거 독재정권이 특정 그룹을 대상으로 이런 식의 특혜를 줘 국민의 빈축을 사고 반감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민주화 운동이 어느 한 부분이라도 이런 빈축과 반감의 대상이 되는 것을 바라는 국민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