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울산공장의 비(非)정규직 근로자들이 노조 설립을 결의했다. 해마다 연례 행사처럼 부분 또는 전면 파업에 시달려 왔던 현대차가 또 다른 노사 분규의 불씨를 안게 된 것이다. 더구나 기존 노조와의 갈등으로 노·노(勞·勞) 분쟁이라는 한국적 노동현장의 새로운 병리현상까지 노출하고 있는 셈이다.

이번 사태는 언젠가는 터질 일이 터졌다고 할 수 있다. 8500명에 달하는 현대차 비정규직 근로자들은 정규 생산라인에 투입돼 정규직과 똑같이 일하고 있다. 오히려 정규직이 기피하는 힘들고 어려운 3D작업까지 떠맡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도 임금 수준은 정규직의 70%선에 불과하고, 갖가지 차별적 대우를 받고 있다. 노조의 불법적 집단행동이 줄을 잇고 있는 사회적 분위기를 타고 비정규직들의 그동안 쌓였던 불만이 터져나온 것이다.

이번 사태의 직접적 원인은 한마디로 노조의 ‘철밥통’ 지키기 때문이다. 불황 때도 노조원을 해고할 수 없도록 되어 있는 경직된 노동구조로 인해 기업들이 비정규직 채용을 늘린 결과다. 게다가 노조가 기득권을 지키고 키워 나가려고 대부분의 부담을 고스란히 비정규직에 전가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얼마 전 “최근 노동운동은 도덕성과 책임성을 잃고 있다”고 말한 것도 바로 이런 대기업 노조의 집단이기주의를 비판한 것이다.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 대우는 현대차만이 아니라 한국 기업 전반에 걸친 중대한 문제다. 비정규직이 부당한 차별을 받고 있는 측면이 있다면 이는 마땅히 해소돼야 한다. 그러나 거시적 차원에서 한국 기업들이 대기업 노조들의 전투적 기득권 보호 투쟁에 시달리면서 비정규직 보호 부담까지 감당할 수 있겠는지를 생각해봐야 한다.

그렇다면 해법은 분명하다. 비정규직 채용의 편법과 함께 그 원인을 제공한 기성 노조들의 기득권 역시 제거돼야 한다는 것이다. 임금과 고용의 유연성만이 비정규직 문제를 근본적이고 합리적으로 풀 수 있는 열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