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월 오락실을 운영하던 최모(37)씨는 사업에서 사기를 당하면서 급히 위기를 막을 1000만원이 필요했다. 당장이라도 돈을 마련해 줄 사람을 찾던 최씨는 평소 아는 사람을 통해 사채업자 박모(27)씨를 소개받고 그 자리에서 1000만원을 대출받았다.
박씨가 제시한 이자율은 망(望·보름)에 10%. 보름 안에 원금과 이자 1100만원을 갚아야 했다. 여기에 기한을 넘기면 하루에 이자가 배로 뛴다는 조건이 덧붙었다.
최씨는 처음 15일까지는 일단 이자 100만원을 마련해 건네줬다. 그러나 다음 15일이 문제였다. 다시 이자 100만원을 넘겨야 했지만 마감 이틀 후에야 겨우 갚을 수 있었다. 여기서부터 사채업자 횡포가 시작됐다. 박씨는 “대출조건에 따라 이자가 40%로 뛰었으니 300만원을 더 달라”고 주장했다.
어이가 없었지만 최씨는 요구에 순응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눈덩이처럼 불어나기 시작한 이자는 최씨의 숨통을 조여왔다. 이후 최씨는 복잡하게 산출되는 이자 요구분을 80만원, 90만원씩 미봉책으로 막았고, 도저히 여력이 남지 않자 이자를 갚기 위해 박씨에게 같은 조건으로 2회에 걸쳐 모두 1500만원을 더 빌리는 지경에 이르렀다.
올 4월 최씨는 박씨에게 최후 통첩을 받았다. 처리해야 할 잔금이 7400만원이며 이달 내에 해결하라는 경고였다. 최씨가 8개월 동안 박씨에게 갚은 돈만 해도 3500만원. 원금 2500만원보다 1000만원 많은 액수였으나, 박씨의 계산은 달랐다.
박씨는 최씨가 돈을 갚지 않자 폭력배들을 동원, 최씨를 납치해 수시로 구타했고, “가족들까지 죽여버리겠다”며 7400만원을 갚겠다는 차용증과 함께 2억원 상당 ‘오락실 운영권’ 포기각서까지 쓰게 만들었다.
견디다 못한 최씨는 경찰에 신고를 했고, 사채업자 박씨와 폭력배 김모(27)씨 등 일당 7명이 지난 7일 서울지방경찰청 기동수사대에 붙잡혔다.
경찰은 조사과정에서 사건정황 파악과 조서작성을 위해 원금 2500만원이 8개월 만에 1억900만원(이미 갚은 3500만원과 갚아야 할 7400만원)으로 불어나게 된 계산방식을 추궁했으나 이내 두 손을 들었다. 사채업자가 “업계 관행”이라며 설명한 이자산출법이 너무 복잡해서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피해자 최씨도 “돈 갚을 날짜를 조금씩 어기면서 계산이 복잡해졌는데 아직도 내가 돈을 다 갚은 건지 아닌지 아리송하다”고 말할 정도였다.
/김봉기기자 knight@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