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1970년대까지만 해도 적자에 허덕였다. 이를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바꿔놓은 주역이 후안 안토니오 사마란치다. 1980년 모스크바 총회에서 7대 위원장으로 취임한 그는 아마추어리즘의 울타리에 머물던 올림픽의 문호를 과감히 열어 젖히고 스폰서십을 도입해 거액의 협찬금을 거둬들였다. 여기에 천문학적 액수의 방송중계권료까지 더해져 IOC는 일종의 다국적기업으로 탈바꿈했다.

그러나 성공 신화 뒤에는 그늘이 남게 마련이다. IOC의 경제적 돌출은 아마추어리즘의 향기를 지워버렸고, 상업화는 부패스캔들로 이어졌다. 99년에 불거진 ‘솔트레이크 스캔들’은 IOC 역사상 최대의 오점으로 기록됐다. 미국 솔트레이크시가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해 거액의 뇌물을 뿌린 사실이 폭로된 것이다. 결국 IOC 위원 10여명이 축출되는 곤욕을 치렀고, 하늘을 찌를 듯 하던 위원장의 권위도 추락했다.

1894년 창립된 IOC의 위원은 ‘인류의 선량’으로 불릴 만큼 존경과 대우를 받았다. 무보수 명예직이지만 비자없이 회원국을 방문할 수 있고, 숙박하는 호텔에는 자국기가 게양된다. IOC를 대표하는 위원장은 ‘세계 스포츠대통령’이라고 할 정도로 영향력이 막강하다. 국가 원수에 뒤지지 않는 국빈예우를 받고, 해당국 정부수반을 언제든 면담할 수도 있다. 사마란치는 국제 스포츠의 활성화와 IOC 영향력 확대에 큰 공을 세웠으나 21년 장기집권에 따른 노추(老醜)를 드러내면서 권좌에서 불명예 제대하는 수모를 겪었다.

뒤를 이은 자크 로게는 벨기에 출신의 외과의사이자 요트선수 전력을 갖고 있다. 재작년 7월에 취임한 그는 ‘정치적 요소가 배제되고 경제적 영향력이 축소된 순수 아마추어리즘’을 강조하며 IOC개혁에 나섰다. 위원의 정년을 80세에서 70세로 낮추고, 부패를 막기 위해 위원들이 유치신청도시를 방문하는 것을 금지시키는 등 특권도 축소하는 중이다.

요즘 평창 올림픽 유치 실패로 구설수에 오른 김운용 IOC 위원은 사마란치 시절에 부위원장을 지내며 세계스포츠계의 영향력 평가에서 지도력 2위에까지 오른 실력자다. 태권도를 올림픽 종목으로 채택시킨 공로자도 바로 김위원이고, 현재 맡고있는 직책만도 명함 한 장으로 부족할 정도다. 행동반경이 넓어서인지 그만큼 구설수도 만만치 않았다. 그러나 이번 평창 유치 방해설은 솔트레이크 동계올림픽 스캔들과 연루돼 미국정부의 수배를 받고있는 아들의 구명운동과 맞물려 파문을 키워가고 있다. IOC와 관련된 겹겹의 스캔들을 용케도 비켜간 김위원이지만, 이번 건은 거기에 쏠린 국민의 시선과 분노로 보아 그리 만만치 않을 것 같다. 결국 무명(無名)에서 오늘의 국제 스포츠지도자로 양명(揚名)한 그가 이런 처지에 놓인 것은 나이에 걸맞게 ‘무욕(無欲) 즉 대욕(大欲)’이란 경지를 밟지 못했기 때문이리라.

(정중헌 논설위원 jhchung@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