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병을 걱정해서일까. 요즘은 흰 쌀밥만 먹기보다 잡곡밥을 함께 먹는 가정이 더 많은 것 같다. 그 인기는 대형 마트의 잡곡 코너에만 가봐도 금방 알 수 있다. 10여가지 잡곡이 한데 담겨있는 영양잡곡부터 따로 삶거나 불리지 않아도 되는 보리, 밥에 색감과 향을 더해주는 흑미 등등 혼식용 잡곡이 다양하게 나와 있다.

그중에서도 발아현미가 단연 인기다. ‘발아현미밥을 먹으면 살이 빠진다’는 말에 우리 집에서도 몇 달 전 먹기 시작했는데, 살이 빠졌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보리처럼 거친 느낌도 없고, 현미처럼 오래 불리지 않아도 되는 데다, 밥맛이 좋아 계속해서 먹고 있다.

발아현미란 현미에 수분과 산소를 가하는 발아공정을 거쳐 싹을 틔운 것이다. 보통 현미에는 피틴산이라는 성분이 있어 소화를 방해하는데, 현미를 싹 틔우면 피틴산이 인과 이노시톨이라는 성분으로 바뀌어 소화가 잘 되게 돕는단다. 게다가 자율신경계를 조절하는 감마오리자놀, 콜레스테롤 흡수를 억제하는 베타시토스테롤, 독성 활성산소 제거 역할을 하는 SOD 효소 등 새로운 성분까지 생긴다.

문제는 가격! 발아현미의 가격이 백미나 현미의 두 배이니 조금만 섞어 먹는다 해도 부담스럽다. 그렇다고 안 먹을 수 있나. 현미를 사다 집에서 발아시키면 걱정 끝이다.

유기농법으로 거둔 현미를 사다 두세 번 물을 갈아줘 가며 하루 정도 불린다. 그런 다음 체에 받쳐 행주를 덮고 콩나물 기르듯 싹을 내면 된다. 아침저녁으로 물을 주고 다시 하루 정도 지나면 싹이 나오는데, 그 싹이 1~2㎜가 되도록 기른 후 냉장고에 넣어두면 1주일 정도는 보관이 가능하다. 변비가 심한 경우는 5㎜까지 길러 먹어도 좋다.

간혹 발아현미를 너무 많이 먹으면 소화력이 떨어진다고 걱정하는 사람들도 있다. 뭐든지 지나치면 모자람만 못한 것! 발아현미가 아무리 영양가가 높다 해도 적당한 선을 유지하는 게 현명할 것 같다.

(김혜경·‘일하면서 밥해먹기’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