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성희씨는 6일“제 소설의 주인공은 더큰 세상으로 내던져지고 있다”고 말했다. <a href=mailto:krchung@chosun.com>/정경렬기자 <

6일 소설가 윤성희(尹成姬·30)씨를 서울 광화문에서 만났다.

-독자들에게 무엇이 궁금합니까?

“제 나이에서 조금만 더 내려가는 어린 나이, 고교 졸업생에서 20대 중반까지의 독자층이 무엇을 생각하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나이 차가 얼마 되지도 않는데…. 어느 순간 저들과 나는 동떨어져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독자들에게 아부할 때가 있습니까?

“없습니다. 이런 적은 있습니다. 내가 나랑 타협 하고 있구나. 사실 쓰기 싫거나 마감이 코앞에 다가오거나 이럴 때 그런 생각이 듭니다. 처음에 머릿속에 갖고 있는 구상과 욕심의 반 정도밖에 드러내지 못 했는데 ‘이 정도면 됐어, 그냥 발표해’라고 저 스스로에게 말을 하는 경우 말입니다.”

그녀는 현재 한국 문단에서 가장 ‘강력한’ 소설가다. 1999년 ‘레고로 만든 집’으로 등단할 때부터 윤성희는 평단의 스포트라이트를 독점하고 있었다. 사람마다 공·사석에서 “윤성희가 누구야?” “윤성희 알아?”라고 묻곤 하더니, 최근엔 “윤성희밖에 없잖아!”로 바뀌었다.

윤성희는 등단 이듬해부터 국내 중·단편을 대상으로 하는 중요 문학상에서 항상 수상 후보였다. 서른도 안 된 윤성희는 선배들을 제치고 이상문학상(2001·2003년), 현대문학상(〃), 한국일보문학상(2000·2001·2002년)에서 해마다 수상작과 마지막까지 경합했다.

지난주 발표된 ‘2003 현장비평가가 뽑은 올해의 좋은 소설’(현대문학 발간)에 또 윤성희의 얼굴이 보였다. 올해로 11년째를 맞은 ‘…올해의 좋은 소설’ 선정에서 윤성희는 2000년부터 4년 동안 내리 선정된 유일한 소설가다. 올해 선정위원은 김윤식·김화영·이남호·박혜경·김미현이었다. 경기도 수원에서 살고 있는 윤성희는 청주대 철학과를 나와 다시 서울예대 문창과를 졸업하고,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했다.

-등단작 ‘레고로 만든 집’ 그리고 이번 ‘좋은 소설’ 선정 작품인 ‘길’ 사이에는 어떤 간극이 있습니까?

“첫 책의 주인공들이 방 안에 내던져져 있다면, 이번 주인공들은 덜 패쇄적이고 타인과 적극적으로 만나려 하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주인공들이 자신의 상처에 대해 엄살을 떠는 것도 아니고, 내버려두는 것도 아닌, 상처가 있었구나라는 담담한 눈을 통해 세계를 보여주고자 했는데, 지금은 그 상처를 어떻게 통과하는가, 극복하는가를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어떤 작품(장편)을 쓸 예정입니까?

“힘겹고 쓸쓸할 때, 읽는 동안 자꾸 웃음이 나오는 소설, 다 읽고 나면 슬퍼지는 소설을 쓰고 싶습니다. 그러나 천천히 하고 싶습니다. 뭐든지.”

-소설은 자신이 살아온 삶을 베끼는 것입니까, 아니면 소설은 삶을 은유하는 것입니까?

“제가 쓰는 것이니 저를 벗어날 수는 없으나, 될 수 있으면 나를 벗어나는 방법으로 소설을 쓰고 싶습니다. 제 삶을 통해 주인공이 나오는 게 아니라, 제가 써 놓은 주인공을 통해서 나의 모자란 부분을 발견하는 소설입니다. 내 삶을 베낄 만큼 내 삶이 깊지를 못하기 때문입니다.”

-닮고 싶은 선배와 경계하고 싶은 선배가 있습니까?

“작가 정신이 항상 올곧게 돼 있는 사람의 태도를 닮고 싶습니다. 저는 기본적으로 삶이 성실한 분을 좋아합니다. 그리고 너무 잘 쓰는 천재형을 경계합니다. 사실은 경계할 필요도 없습니다. 너무 딴 세상이니까.”

-각종 문학상과 ‘좋은 소설’에 선정되는 이유가 뭡니까? 문체·소재·실험성·작가정신 가운데 뭡니까?

“잘 모르겠어요. 나이도 어린 제가 뽑히는 거 보면 우리 문학판이 협소해지는 게 아닌가 스스로 반성도 돼요. 제 소설이 너무 안일해졌구나, 어느 지점부터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는 느낌도 받아요.”

-읽히는 소설과 쓰고 싶은 소설 중에 어떤 소설을 쓰십니까?

“저는 그냥 쓰고 싶은 소설을 씁니다.”

-읽히는 소설이 나쁜 것은 아니죠?

“아니죠. 제가 좋아하는 길을 찾아 써온 것들이 읽힌다면요.”

-그것이 행복한 글쓰기입니까?

“그건 소설가만이 아는 것 아닌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