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 등판’
(49~58)=드넓은 대국실이 환해졌다. 기록과 계시를 함께 맡은 8명의 미녀 프로들 덕분이다. 대부분 중반전이 한창이건만 이 바둑은 당초 예상했던 대로 굼벵이 걸음이다. 하필 이 판에 배정된 이영신 三단은 얼마나 불운한가. 하지만 놀랍게도 그녀는 ‘자원 등판’이었다. 최고참이니 마음대로 ‘편한 판’을 고를 수 있었건만, 끈덕진 승부 호흡을 함께 하려는 프로 정신으로 이 판을 떠맡은 것.
49는 정수. 검토실 일각에서 ‘가’로 강력하게 씌우고싶다는 의견이 나왔으나 무리임이 밝혀졌다. 참고 1도 백 2가 맥점. 17(14의 곳 이음)까지 공작 후 18에 끊으면 흑도 21 이하로 패를 결행할 수밖에 없다. 여기서 24의 팻감이 강력해 27까지가 필연인데 이 교환은 백이 좋다는 것. 따라서 흑 3으론 6에 밀고 백 24, 흑 4, 백 10의 절충이 예상되지만 역시 흑의 불만이다.
51은 둔한 행마라는 게 유창혁 九단의 감상. 54까지의 모양은 역시 참고 2도와 비교해 흑이 비능률적이다. 55부터 쌍방 정비에 들어갔는데, 58 때 흑의 응수가 또 까다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