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악(國樂)은 이제 더이상 문화재음악, 박물관음악으로 취급받지 않습니다.”
지난달 말 독일에서 창작국악 공연을 하고 온 경기도립국악단의 이준호(李準鎬·43) 예술감독은 “대부분의 서양인은 동양음악이라면 정(靜)적이고 은은한 것을 상상하는데, 그것을 사정없이 깨버리는 것이 우리의 목표였다”며 “그래서 음악을 만국(萬國)의 공통언어라고 하지 않느냐”고 되물었다.
‘대중국악’과 ‘창작국악’을 향한 그의 생각은 1985년 만들어진 국악실내악단 ‘슬기둥’에 2기로 참여하기 전부터였다. ‘슬기둥’은 대규모 관현악이나 합주(合奏) 정도에 머무르던 국악에 실내악의 개념을 처음 도입한 단체. 당시엔 대금·피리·가야금·해금 등 우리 악기뿐 아니라 신디사이저 등의 양악기를 도입한 획기적인 방식으로 큰 관심을 받았다. 이씨는 지금도 ‘슬기둥’ 대표로 대금(大 )을 잡는다.
국악가요를 만들고, 단선율 위주의 국악에 화성을 입히는 실험이 우리 국악의 대중화만을 위한 것이 아니었다. 이씨는 “우리 음악을 들으며 우리나라 사람 뿐 아니라 외국인들까지 가슴 속에 뜨거운 것이 치밀어오르는 것을 느끼게 하고 싶었다”며 “외국 록 그룹이 우리나라에서 공연할 때 환호를 받는 것처럼, 우리 국악도 외국인들의 갈채를 받을 수 있다”고 했다. 미국인들이 아프리카 음악을 받아들여 ‘뉴 에이지’라는 이름으로 발전시킨 것처럼, 국악 장르를 다양화하기 위한 그의 촉수는 켈틱·아일랜드·남미 계통의 음악에도 뻗어 있다.
이제 초등학교 음악교과서의 많은 부분이 우리 음악으로 채워져 있다지만, 이씨의 바람은 아이들이 대부분의 시간을 함게 보내는 TV 등의 매체에서도 국악이 차지하는 시간이 늘어났으면 하는 것. 국악에 현대인에게 어울림직한 강한 비트를 넣거나, 대중가수들이 국악을 접목시키는 작업을 하는 것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도 그것이 보다 쉽게 국악을 접하는 방법이기 때문. 이씨는 “3박자로 부르는 ‘아리랑’을 지난해 윤도현이 4박자로 부르기 시작하면서 세계인들이 듣기 익숙해졌다”며 “대중가수가 그런 실험들을 하지 않는다면 말만 대중문화지, 3개월짜리 상업문화에 그칠 수밖에 없다”라고 꼬집는다.
이씨가 도립국악단을 맡은지 올해로 8년이 됐다. 이씨는 “도립국악단은 젊은 악단이라 보여줄 것이 아직 한참 남았다”고 했다. 강습과 교사연수를 포함해 한 해 120여회의 연주활동을 하는 국악단은 수원시 팔달구 인계동 효원공원 옆 경기도문화예술회관 소극장에서 한 주 걸러 토요일마다 상설공연을 하고 있다. 기존의 민요를 현대적인 감각에 맞춰 편곡한 곡 뿐 아니라 창작곡도 골고루 섞여 있어 다양한 국악을 즐길 수 있다. 이번 주에는 경기민요를 메뉴로 준비하고 있다.
고등학교 때 양악에서 국악으로 길을 바꿔 대금을 손에 잡은 지 28년째, “단 한 번도 그 선택을 후회해 본 적이 없다”는 이씨에게 올해는 더욱 바쁜 한 해가 될 것이다. 국악단 뿐 아니라 도문예회관에 속해 있는 무용단·팝스오케스트라 등 단체들이 “건강한 문화가 농촌·산골·섬마을에 골고루 흘러들어갈 수 있기 위해” 도내 읍·면을 찾아 공연을 보여주는 ‘모세혈관 문화운동’에 나서기로 했기 때문이다. ☎(031)230-33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