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3~4월 남북정상회담 예비접촉 일정에 맞춰 출국했던 김영완(50·해외체류)씨가 예비접촉 현지에서 정몽헌(鄭夢憲) 현대아산 이사회장, 이익치(李益治) 전 현대증권 회장, 송호경(宋浩景) 전 북한 아태평화위 부위원장 일행에 합류, 현대의 대북경협사업 추진과정에 깊숙이 관여한 것으로 밝혀졌다.

또 정 회장이 4차례의 예비접촉 때마다 송 전 부위원장을 대통령 특사였던 박지원(朴智元) 당시 문화관광부 장관이 기다리는 회담장으로 안내했는데 김씨는 그때마다 정 회장과 회담장까지 동행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3일 대북 송금의혹 사건 특검팀과 현대측에 따르면, 박지원 전 장관과 정몽헌 회장은 4차례 예비접촉 기간동안 북한의 송 전 부위원장을 각자 만나 남북정상회담 협상과 대북 경협협상을 별도로 진행했다. 당시 김영완씨는 매번 정몽헌 회장, 이익치씨, 송 전 부위원장과 같은 호텔에 투숙했으며, 그들과 수시로 접촉, 현대의 대북 경협문제를 협의했다고 한다.

예비접촉에 참여했던 한 정부인사는 “경협 협상이 끝나면 정 회장과 이익치씨, 김영완씨가 송 전 부위원장을 정부 차원의 회담장으로 안내해 박 전 장관과 인사를 나누도록 했다”고 말했다. 이 인사는 또 “김씨 등 3명은 박 전 장관과 송 전 부위원장 간의 협상에는 참석하지 않고 곧바로 돌아갔다”고 말했으나 김씨가 정말로 참석하지 않았는지는 미지수다.

이 인사는 "박 전 장관과 송 전 부위원장이 처음 대면한 싱가포르 1차 접촉부터 4차 베이징 접촉까지 그런 방식의 만남이 반복됐다"며 "김씨는 현대측뿐만 아니라 박 전 장관과도 이미 잘 아는 사이였기 때문에 정부와 현대 간의 '메신저' 역할을 맡은 것으로 보였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김씨는 4차례의 예비접촉 중 2차 예비접촉(3월17~18일)에 참석하기 위해 3월 17일 상하이로 출국하면서 박 전 장관과 같은 비행기를 탄 것으로 본지 취재에서 확인됐다. 그러나 박 전 장관의 측근인사는 이에 대해 "상하이로 가는 도중에 김씨와 접촉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현대측이 박 전 장관에게 제공했다는 150억원의 돈세탁자로 알려진 김씨의 예비접촉 당시 행적이 드러남에 따라 그가 정상회담 성사와 대북송금액 결정과정에서 일반의 예상을 뛰어넘는 모종의 역할을 수행했으며, 박 전 장관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현대의 150억원 전달과정에 실제로 개입했을 가능성 또한 더욱 커진 것으로 풀이된다. 김씨는 박 전 장관의 150억원 요구를 정 회장에게 전달하고, 현대의 면세점 및 카지노사업 지원을 박 전 장관에게 청탁한 것으로 특검에서 조사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