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밥에는 낚싯바늘이 들어 있다. 밥을 삼킬 때 우리는 낚싯바늘을 함께 삼킨다. 그래서 아가미가 꿰져 밥 쪽으로 끌려간다. …낚싯대를 들고 앉아 있는 자가 바로 나다.’(36쪽)
언론인 출신 소설가인 김훈(金勳·55)씨의 산문집 ‘밥벌이의 지겨움’(생각의 나무)이 나왔다. 2001년 장편 ‘칼의 노래’로 동인문학상을 수상한 저자가 작년에 세설(世說)이라는 부제를 달고 “‘너는 어느 쪽이냐’고 묻는 말에 대하여”를 출간한 이후 여러 매체에 발표한 칼럼과 에세이를 다시 묶었다.
책 제목이 직정적으로 전달하듯, 저자는 매우 독특한 삶의 태도를 펼쳐 보인다. ‘나는 놀기를 좋아하고 일하기를 싫어한다. 나는 일이라면 딱 질색이다.’(26쪽)는 말을 거침없이 하는가 하면, ‘아, 밥벌이의 지겨움!! 우리는 다들 끌어안고 울고 싶다’(34쪽)고 외치기도 한다. 그는 과음 때문에 속 쓰린 아침에도 “밥을 벌기 위해 밥을 먹어야 하는”, 변증법적 목메임 같은 것을 말하고 있다.
김훈은 지금까지 “우리 문단에 산문 미학의 진경을 보이고 있다”는 평을 듣고 있는데, 이번 책에도 ‘질감(質感)’이라는 화두를 갖고 우리 주변의 사물과 현상을 매우 유니크한 방식으로 헤집고 있다.
그는 새가 홀로 날아갈 때에 비해 두 마리가 날아갈 때 세상의 질감이 완전히 바뀐다고 말하고,(58쪽) 여인의 표정이나 분위기에서 그녀가 자라난 고향의 냄새가 나는 것을 여자들의 질감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46쪽) 그것은 ‘망치로 못을 때려서 차츰 나무 속으로 밀어넣을 때 나무의 여러 질감들이 망치질 하는 이의 몸속에 와서 몸의 일부가 된다’는 대목에서 절정을 이룬다.(21쪽)
이번 책은 ‘아날로그적 삶의 기쁨’, ‘늙은 기자의 노래’, ‘큰 풍경은 보이지 않는다’, ‘거리에 관한 짧은 기록’, ‘한 편의 문학평론과 하나의 인터뷰’ 등 5 부분으로 나뉘어 있다. 이중 첫 부분에서 “몸으로 밀어서 나아가는, 중간 부분을 생략하지 않는” 아날로그적 철학과 짧은 발화법(發話法)에서 오는 단문장의 미학을 밀도 있게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