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메이저리그는 모든 나라 야구선수들에게 ‘꿈의 리그’다. 미국인들은 물론 가난한 남미 선수들, 그리고 동양인들과 유럽, 호주 선수들까지 부와 명예를 좇아 메이저리그에 도전한다.

박찬호 선수가 메이저리그에 진출할 때만 해도 우리는 그의 이름 앞에 ‘코리안’이란 수식어가 붙는 것만으로도 자랑스러워했다. 하지만 다인종 국가인 미국에서 그가 어느 나라 출신인지는 시간이 지나면 묻히게 마련이다. 그저 어느 팀 선수로 기억할 뿐이다. 메이저리그의 가장 큰 매력이라면 역시 일반인들이 상상하기 어려운 천문학적인 액수의 연봉일 것이다. 그렇지만 그런 연봉을 받는 선수들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요즈음 한국 야구계도 메이저리그 진출을 꿈꾸며 열심히 땀 흘리는 선수들이 많다고 들었다. 그리고 이승엽 선수의 미국 진출을 두고 찬반이 분분하다고 한다. 물론 이승엽이 이곳에 와서도 한국에서처럼 잘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이야 똑같지만, 미국 진출로 잃어버리는 것이나 위험부담은 없을까? 노파심에서 이것저것 생각해 보았다.

최연소 300홈런은 야구사에 길이 남을 귀중한 기록이다. 나이가 젊으니 앞으로 700개도 너끈히 칠 수 있을 것이다. 아니 세계 신기록을 세울지도 모른다. 미국 내에서도 ‘이치로의 열풍’으로 인해 동양 야구를 더 이상 폄하하지 않는다. 그리고 왕정치의 홈런을 메이저에서도 인정해주고 존경한다. 그러니 이승엽 선수의 기록도 당연히 인정한다.

그러나 메이저리그에 오면 모든 것을 새로 시작해야 한다. 한국에서는 대단한 기록을 세운 젊은 선수지만 이곳에서 새로운 시작을 하기에는 결코 젊은 나이가 아니다. 박찬호나 최희섭처럼 마이너 경험도 없다. 또 본인의 대단한 기록이 심적인 부담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또 한국 프로야구의 홈런 역사가 빈약해진다. 세계 신기록을 세울 수 있는 기회는 없어진다. 이
곳에 몸담고 있는 내가 볼 때 가능성 있는 어린 선수들에게 메이저리그는 힘들지만 도전해 볼 만한 매력 있는 곳이다. 그러나 본국에서 큰 업적을 이루어 나가던 선수는 얻게 될 것과 잃게 될 것을 냉정하게 생각해 보았으면 한다.

한솥밥을 먹던 후배가 이곳에 와서 부와 명예를 얻는 성공을 이루었으면 하는 개인적인 격려와 한국 프로야구의 새 역사를 써 나가야 하는 후배가 한국에서는 마침표를 찍어야 한다는 야구인으로서의 아쉬움이 계속 교차하고 있는 중이다.

(이만수 시카고 화이트삭스 코치·leemanso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