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노조 파업으로 인한 전국 철도교통망의 파행(29일 총 625편 중 185편 운행, 운행률 30%)으로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다. 서울, 부산 등 전국 각지에서 시민들은 감축 운행 중인 철도 대신 버스와 비행기로 발을 돌렸다. 특히 하루 239만명이 이용하는 수도권 전철의 경우 배차간격 지연 등으로 30일 ‘출근길 대란’이 예상된다.
◆ 출근길 대란 우려 =30일 수도권 전철의 러시아워 운행 간격은 경인전철 7.1분, 경수전철 10분 등 각각 평소의 3배와 2배 수준으로 길어진다. 특히 서울시 소속 전동차의 운행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분당선은 운행 간격이 평소 4분에서 15분으로 늘어나면서 대혼란이 빚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 표 >
광명에서 인천으로 출퇴근한다는 회사원 고광배(30)씨는 “안 그래도 붐비는 부평역인데 내일부터 평일 출퇴근 시간대는 완전히 지옥일 것”이라며 “마땅히 다른 교통수단도 없어 큰일”이라고 한숨지었다. 박재덕(55·인천 송림동)씨는 “사정은 있겠지만 ‘시민의 발’을 볼모로 이래도 되는 거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는 시내·시외버스 증편, 개인택시 부제 해제, 출·퇴근 시간대에 전동차 집중 운행 등 대책을 수립했지만 혼란을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일 전망이다.
29일에도 수도권 전철을 이용하는 시민들의 불만이 높았다. 이날 석계역에서 10여분째 의정부행 열차를 기다리고 있다는 정모(58·자영업·서울 성북구 장위동)씨는 “파업 때면 열차를 15분쯤 더 기다리는 건 이제 예삿일”이라며 “결국 피해보는 것은 서민들뿐”이라고 말했다. 오후 1시35분쯤 30분 만에 구로행 열차가 부평역에 들어왔으나 이미 가득 찬 열차는 승객들을 다 태우지 못하고 출발했다.
이날 수도권의 경인·경수·과천 안산·일산·분당·경원선의 운행간격은 평소의 2~3배로 늘어어났으며 특히 수원 병점에서 서울 구로 구 간의 경수선 전철은 평소 5~6분에서 29일 오후에는 28분까지 늘었다.
◆ 열차 운행 취소 잇따라 =29일 오후 162편의 열차 중 34편만 운행된 서울역. 자녀들 이사를 돕기 위해 부인과 함께 상경했다는 이삼환(57)씨는 “일주일 전 예매한 부산행 새마을호가 취소됐다는 말만 역무원은 되풀이한다”며 “운행 취소 사실을 미리 알리지도 않고, 따지자니 힘들고 너무 억울하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날 29일 낮 12시30분쯤 부산 동구 초량동 부산역 앞 광장. 서울·대전·수원 등지로 가는 고속버스 3대가 줄지어 서 있었다. 열차가 취소된 승객들을 위한 임시 버스였다. 이 버스에 오르던 이모(여·46·부산 동구 초량동)씨는 “오전 9시30분쯤 부산역으로 나와 열흘 전 예매해둔 밤 11시 천안행 새마을 열차의 취소를 확인한 뒤 집에 다시 들어갔다가 점심 먹고 다시 나왔다”며 분을 삭이려 애썼다. 동대구역에서 만난 장영석(42·경기도 광명시)씨는 “오전 예약했던 새마을호가 운행이 취소되는 바람에 오후 2시35분 무궁화호 표를 끊을 수밖에 없어 4시간 이상 시간을 낭비하게 됐다”고 말했다.
공항과 고속터미널은 철도에서 발길을 돌린 승객들로 붐볐다. 대한항공 국내선의 경우, 김포~부산 노선을 중심으로 지난 주말보다 20% 가량 승객이 늘어 탑승률이 70%선을 넘었다. 부산 노포동 종합버스터미널은 평소보다 승객수가 40% 이상 급증했다.
◆ 철도노조원 농성장에 경찰 투입 =경찰은 28일 오전 6시50분쯤 철도노조원 3500여명이 농성을 벌이고 있던 연세대 대강당에 45개 중대 5400여명의 병력을 전격 투입, 1시간여 만에 노조원들을 강제해산시키는 등 부산, 대전 등 모두 5곳에서 1519명을 연행했다.
경찰은 이날 정문과 동문 등을 통해 대학구내로 진입해 노조원들을 해산시켰으나 천환규 위원장 등 체포 영장이 발부된 노조 지도부 검거에는 실패했다. 이 간부들은 경찰 진입 2시간여 전인 이날 오전 4시30분쯤 농성장을 빠져나간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경찰에 연행됐다가 풀려난 노조원들은 대부분 종전 발전노조의 파업 때처럼 귀가하지 않은 채 3~4명이 조를 짜 움직이거나 개인 단위로 남아 지도부와 연락을 취하는 이른바 ‘산개(散開) 투쟁’을 벌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