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테러리스트 '카를로스 자칼'(55·본명 일리히 라미레스 산체스)이
프랑스에서 문집 '혁명적 이슬람'을 최근 출간했다. 1970~1980년대에
가장 악명 높은 테러리스트였던 '자칼'은 1994년 수단에서 프랑스로
넘겨졌고, 프랑스 경찰 2명 등을 살해한 혐의로 종신형을 선고받은 뒤,
현재 생 모르 벨 에르 교도소에서 삼엄한 감시 속에 복역 중이다.

자칼의 문집 '혁명적 이슬람'은 그의 편지와 언론 인터뷰, 수필 등으로
꾸며졌고, 프랑스 언론인 장 미셸 베르노셰가 정리한 것. 에디숑 뒤 로세
출판사에서 펴낸 274쪽 분량의 이 문집에는 지난 3월 31일 자칼이 서명한
서문이 붙어있다.

자칼은 이 책에서 테러리즘의 이론가를 자처했고, 9·11 테러를
이념적으로 정당화했다. 그는 "미국식 전체주의는 무장 투쟁의
주적(主敵)"이라며 "예루살렘을 포함한 이슬람 성지 점령과 팔레스타인
주민에 대한 정의를 부정하는 것이 주요 투쟁 대상"이라고 밝혔다. 그는
"민주주의의 도덕적, 정신적 타락에 대한 유일한 해결책은 혁명적
이슬람"이라며 "평등한 부의 분배가 이뤄질 때까지 지배 계급을
공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국제 공산주의자에서 이슬람 혁명가로 변신한 과정에 대해서도
기술했다. 그는 "이슬람은 혁명의 신념을 강화시켰다"라며 "이슬람은
오늘날 자신의 유일한 혁명적 무력을 통해 국가들의 노예화에 저항하는
유일한 초국가적 세력"이라고 강조했다. 오사마 빈 라덴에 대해서
"명석하다"고 찬사를 보낸 그는 "세계무역센터와 미 국방부에 대한
공격은 큰 무공(武功)"이라면서도 "9·11이 미국의 팽창주의와 전쟁
목적에 이용당했다는 점에서 심각한 양면성이 있다"고 아쉬워했다.

그러나 자칼은 자신이 저지른 테러에 대해서는 침묵을 지켰다. 그는
"언제가 법정에서 밝힐 것"이라며 "나는 1992년 암만에서 회고록을
탈고했지만, 그것은 20년 뒤 내가 죽고 나서야 출간될 것"이라고
밝혔다.

(파리=박해현특파원 hhpark@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