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여름, 우이도라는 외딴섬을 찾았다. 하루종일 그 아름다운 해변에서
놀다가 민박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그다지 즐겁지 않았다. 아귀가 안 맞는
도배며 장판, 삐딱한 스위치, 누워서 보면 직각이 아닌 벽모서리,
커튼이나 가리개조차 전혀 없이 방만 덩그러니 있는 그곳에서 잘 쉴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런 '대충 꾸민 환경'은 부녀가 황혼 속에서 미역을
다듬는 모습이며, 어미 개와 새끼 강아지가 나란히 졸고 있는 민박집의
소박함마저 깎아내리고 있었다.

역사와 환경이 다른 탓이지만 관광국으로 전통이 깊은 영국의
민박집(B&B=Bed & Breakfast)들은 그 자체로 즐거움이고 볼거리다.
'어떻게 하면 더 잘 꾸밀까' 하는 집 주인의 마음이 그대로 배어 있고,
그 마음을 저버릴 수 없어 팁을 얹어주게 만든다. 반면 한국의 민박집은
온통 수입재로 장식한 호텔의 수입 디자인과 함께 '모 아니면 도'식인
한국 사회의 한 단면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한 사람의 표정이 그 심성을 드러내듯이 디자인은 한 사회의 가치를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사회적 관상학'이다. 벚꽃이 흐드러진 동학사
길의 음식점들은 아직 우리가 피란민으로 사는 듯한 느낌을 준다. 건축
디자인이 필요없다는 자조가 나올 정도의 간판들이며, 난개발로
혼잡스러운 모습이 우리 도시의 관상이라고 생각하면 영 꺼림칙하다.
그런 한국 사람들이 나라 밖에서는 깨끗하고, 메이크업과 명품 구매 잘
하기로 유명한 건 아니러니다. 그래서 가끔 이렇게 묻는다. "혹시 우리
모두 진흙 밭의 연꽃들 아냐?"

(조현신·동서대교수·디자인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