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밥상과 시인 아저씨-박상률 글 ·백철 그림.

●개밥상과 시인 아저씨

(박상률 글/백철 그림/백년글사랑/8500원)


폐암에 걸려 죽어가는 시인과 그의 둘도 없는 친구 진돗개의 가슴
절절한 우정을 그린 이야기. 영리하고도 엉뚱한 진돗개 흰돌이가
화자(話者)가 되어 끌어가는 이야기는 웃음이 툭 터지기도 하고 콧등이
시큰거리기도 해서 정신을 차릴 수 없을 만큼 감동적이다.

시래기 된장국이 놓인 밥상에서 시인과 진돗개가 함께 밥을 먹는
첫대목부터 눈이 번쩍. 시인은 하찮은 개 한 마리의 생일까지 챙기는데,
식당에 들어가 장국밥을 시켜 한상 위에서 먹다가 주인아줌마를
기절초풍하게 만드는 장면은 웃음이 절로 난다.


동화는 단순히 시인과 개의 우정을 그리지 않는다. '진짜 시인'을 찾아
도회지에서 내려온 부잣집 아줌마들이 시인아저씨에게 사인을 받고
허풍을 떠는 장면하며, 시인의 장례식날 우르르 몰려내려와 호들갑을
떠는 세상 사람들의 대화는 씁쓸하기 그지없다. "써둔 시를 잘 엮어보면
그럴싸한 물건이 되지 않을까?" "요즘 세상에 시가 돈이 되어야
말이지." "그러니까 시보다는 시인을 팔아야죠." "우리 아저씨처럼
마음이 맑아야 시를 쓸 수 있다"는 흰돌이가 상복을 입고 상주 노릇을
하는 장면에선 눈시울이 다 화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