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탈 비하리 바지파이 인도 총리가 22일 인도 총리로서는 10년 만에
처음으로 중국 방문에 나섬으로써 중국과 인도 양국 관계가 급속히
가까워지고 있다.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의 초청으로 이루어진 바지파이 총리의 이번
방문은 지난 1993년 나라시마 라오 총리의 방중(訪中) 이래 10년 만으로,
1998년 인도의 핵실험으로 악화된 양국관계가 정상화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오는 26일까지 계속될 바지파이 총리의 중국 방문은 국경문제
해결과 투자협정 체결이 최대 현안이지만, 반(反)적대국으로 지내온
양국이 어느 정도 신뢰를 회복하느냐가 관건이다.
◆인도 국방장관 대중 인식 전환
양국의 본격적인 관계 개선은 4월 20일 조지 페르난데스 인도 국방장관이
중국을 방문, 총리 방문 사전 정지작업을 하면서 이미 예고됐다.
페르난데스 장관은 1998년 핵실험을 감행하면서 "중국 위협에 대비하기
위한 것", "중국은 인도 제1의 위협국"이라고 공언한 인도 정부의
대표적인 대중(對中) 강경파다. 하지만 그는 중국 방문을 전후해 중국에
대한 입장을 완전히 바꾸었다. 그는 사스(SARS)가 기승을 부리던 시기에
용감히 중국을 방문했고, 귀국 후에도 인도주재 중국대사관을 찾아가
사스 관련 약품을 전달했다. 이어 5월 31일, 연례국방보고서를 발표한
하루 뒤에 중국 관련 내용을 완화하는 쪽으로 보고서를 수정, 중국측의
호감을 사기도 했다.
바지파이 총리의 이번 중국 방문은 지난 1962년 양국 국경 충돌과 인도의
핵실험, 중국의 파키스탄 지원 의혹, 인도의 티베트 망명정부 지원
등으로 갈등을 거듭해왔다. 특히 양국은 2000㎞의 긴 국경선을 접하고
있어 국경 분쟁이 빈번했다. 하지만 최근 몇년 사이 인도는 중국의
경제발전과 국제무대의 비중을 고려, 교류 협력쪽으로 서서히 방향을
선회했다. 페르난데스 장관은 지난 2000년 11월 한 연설에서 'GDP
900달러 대 500달러, 수출 1820억달러 대 300억달러, 외환보유고
1600억달러 대 320억달러' 등 중국과 인도의 국력 차를 비교하면서
대중(對中) 관계 개선을 강조한 바 있다.
◆한 달 새 3차례 정상회담
바지파이 총리가 아직 사스 상황이 완전히 끝나지 않은 중국을 방문하고
지난 한 달 새 3차례나 후진타오(胡錦濤) 주석을 만난 것에는 인도
지도부의 이런 관계개선 의지가 강하게 반영돼 있다. 중국도 바지파이
총리의 중국 방문이 양국 관계 발전에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논평하는 한편, 양국 관계 개선을 적극 환영하고 있다. 앞서 지난 3월
중국 동방항공은 중국과 인도 뉴델리를 잇는 항공 직항을 시작했다.
외교 관측통들은 바지파이 총리의 이번 중국 방문으로 양국 국경 문제가
원활하게 풀릴 경우 국경 지역에 배치된 양국 군사력도 감축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현재 인도는 중국을 겨냥한 '북방방어' 전략에 따라
전 병력의 4분의 1인 25만명을 중국 접경 북동부 변경지역에 배치해놓고
있으며, 중국도 시짱(西藏) 일대 인도 접경 지역에 특수부대를 운영하고
있다.
(북경=여시동특파원 sdyeo@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