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유~ 은경이 처자는 워째 그리 몸이 날씬혀? 나 이 옷 좀 한번 빌려
입으면 안 될까?(윤영미 아나운서)"

"어머, 그게 아줌마 몸에 맞겠어요? 아줌마 몸매하고 제 몸매하고
이렇게 틀린데요~!(박은경 아나운서)"

17일 교양 프로그램 '사랑해요! 우리말(연출 이석진)'이 한창 촬영
중이던 SBS 일산 탄현 스튜디오 앞 세트. 출연진은 분명 SBS
아나운서들인데, TV뉴스에서 보던 깔끔한 정장이나 단정한 가르마는
찾아볼 수 없다. 뽀글뽀글한 아줌마 가발을 쓴 윤영미 차장은 복대까지
두르고 일명 '신신애 춤'을 추어댄다. 초미니 바지를 입고 빨래를 하던
박은경 아나운서는 '~이렇게 틀린데요' 부분에서 몸매를 섹시하게 꼬아
보이기까지 한다. 도대체 이 사람들이 합쇼체('~습니다'로 끝나는
말체)로 뉴스를 전하던 그 점잖은 아나운서들이 맞나 의심스러울 정도다.

5월 10일부터 토·일 오후 5시에 방송 중인 '사랑해요! 우리말'은 일상
속에서 흔히 잘못 쓰는 용례를 지적하고 올바른 우리말로 바로잡는 것을
목표로 만들어진 프로그램. 2분짜리 짧은 방송이지만, 아나운서들이 직접
출연하는 시트콤 형식을 도입해 8시 뉴스 시청률과 맞먹을 정도로 인기를
얻고 있다. 이날 촬영분은 '틀리다'(옳지 않다)라는 말이
'다르다'(차이가 난다)라는 뜻으로 잘못 쓰인 예를 보여주는 것.
웃어서, 말이 꼬여서, 카메라를 안 봐서… NG가 거듭됐지만 촬영장엔
활기가 넘쳤다.

아나운서들이 직접 연기를 하게 된 것은 "기존 언어순화 프로그램들과
차별되도록 재미있게 만들어보자"며 SBS 아나운서들이 자발적으로 나선
결과다. 손범규, 이현경, 정석문씨 등 지금까지 SBS 아나운서 28명 중
15명 정도가 빠듯한 스케줄을 쪼개 출연했다. 대부분 연기가 처음이지만,
회를 거듭할수록 연기력이 향상돼 요즘은 가끔 수준 높은 애드리브까지
나온다. 평소 "아나운서가 무조건 점잖아야 한다는 건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라고 주장해온 윤영미 아나운서는 '망가지는 아줌마' 역할을
주로 맡고 있다. "춤추는 장면을 애들이 볼까봐 걱정"이라면서도
"연기가 너무 재미있어서 직업을 바꿔야 할 것 같다"며 즐거운
표정이다.

이석진 PD는 "아무래도 배우가 아니다 보니 2분짜리 찍는 데 반나절이
꼬박 걸린다"면서도 "아나운서들이 기존의 딱딱한 이미지를 벗고
친근한 모습을 보여주니까 시청자들의 반응이 기대 이상으로 좋다"고
말했다.